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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수현 Jul 12. 2021

모두가 고관여인 시대의 경험전략 (ft. 시몬스 침대)

마케터의 공간여행, 시몬스 침대

150년을 장수한 시몬스는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모색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공간 마케팅을 통해 Z세대의 관심을 얻고 힙한 브랜드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시몬스의 공간들을 둘러보겠습니다.


침대뿐 아니라 디지털 기기나 가구와 같이 고관여로 불리는 상품은 단가가 높고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교체 주기도 길어 재구매까지 기업의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죠. 오늘 구매한 고객이 얼마 만에 다시 올 지 알 수 없는 상품들은 어떻게 마케팅해야 할까요?




고관여와 저관여의 행동패턴과 구매여정 차이


고관여제품과 저관여 제품에는 고객의 행동패턴과 구매여정에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검색으로 시작하는 저관여 제품


가격이 낮고 즉흥적으로 구매 가능한 상품을 저관여 제품이라 부릅니다. 식품과 생활용품 등이 여기에 속하죠. 보통 상품명으로 검색을 시작합니다.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사가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더 꼼꼼하게 비교 구매가 이루어집니다. 방문한 고객은 보통 30분 내에 70%가 구매를 결정합니다.


이 경우, 기업은 검색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합니다. 예를 들어, 생수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검색 결과에 의사결정에 필요한 콘텐츠들을 노출시킵니다. 키워드 검색 광고를 진행하는 경향이 높고, 캠페인의 목표에 따라 웹사이트를 검색에 최적화시키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해 뉴스 형식으로 노출시키거나, 블로그에 사용후기를 올리는 등 검색에 최적화된 콘텐츠 마케팅을 전개합니다.



감성적 판단이 작용하는 고관여제품


가격이 높고 한번 사면 오래 쓰는 제품들은 구매해야겠다 결정한 시점부터 웹사이트나 매장에 여러 번 방문하게 됩니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정하진 않죠. 가격대가 높으면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 같지만, 사실 하이엔드야말로 감성적 판단이 훨씬 크게 작용하는 시장입니다. 그 제품을 소유했을 때의 욕망, 나에게 주는 가치 등 추상적 자극에 훨씬 영향을 받죠. 그래서 기업은 신뢰감 있는 브랜드 이미지에 많은 투자를 합니다.


이 경우, 기업은 한번 구매하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고객에게 평소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주기를 원합니다. 잠재고객의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팬덤을 구축하고 싶어 하죠. 브랜드는 제품의 원료부터 유통과 환경까지 브랜드가 꿈꾸는 가치를 이야기 형태로 전달합니다. 그리고 이 가치들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으로 확장시켜나가죠.





모두가 고관여인 시대에서의 경험전략


자,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담론이었습니다.

사실 이제는 좋은 제품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공급과잉의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를 것이 많은 시장에서는 선택받기도 관심을 끌기도 쉽지 않습니다. 고객은 이제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에 의미가 필요합니다. 모두가 고관여인 시대, 개취(개인 취향)의 시대에 소비자는 브랜드의 철학에 관여하고, 브랜드는 신뢰를 얻는 것에 큰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첫 관심을 얻어내면 그때부터 우리 브랜드로의 고객 여정을 시작할 기회를 얻습니다. 그래서 브랜드는 새로운 경험으로 고객의 첫 관심을 이끌어 냅니다. 곰표 맥주처럼 예상치 못한 상품으로 재미를 기획하고, 레스토랑이나 팝업스토어 등 공간 형태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기도 하죠. 이 경험이 다시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오가면서 브랜드를 여러 번 만나고 관계는 깊어지게 됩니다. 기업은 어렵게 얻은 고객이 이 여정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세심한 경험전략을 전개합니다.


개별 상품의 마케팅은 결국 브랜드 전체의 마케팅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낮건 높건, 로엔드군이건 하이엔드군이건 상관없이 말이죠.




시몬스의 공간 마케팅


침대를 스스로 구매하는 첫 시점은 언제일까요? 독립할 때, 결혼할 때, 이사할 때. 사야만 하는 시점이 오기 전까진 시몬스를 생각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때가 와야 비로소 시몬스에 첫 관심, 첫 관여가 생깁니다.


시몬스 입장에서는 150주년을 맞아 브랜드 활동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제품의 기능이나 품질은 이미 20년간 마케팅을 해왔고 더 새로울 것도 없었죠. 어떻게 첫 관여 시점을 당겨 아직 침대 구매를 생각해본 적 없는 Z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그들에게 힙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을까요?



힙한 이미지로의 변화, 복합 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기술력, 오랜 역사와 하이엔드 품격, 이 모두를 시몬스는 이천의 복합 문화공간을 통해 해결합니다. 시몬스 테라스에는 매월 설치미술과 대중음악 이벤트가 열리고 여기에 가족단위 방문객과 결혼 전 커플들이 대거 방문했습니다. 인스타와 블로그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몬스 테라스는 금세 이천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합니다.


시몬스 테라스에 매월 1만 명 이상 누적 25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고, 2030의 구매 매출은 90% 이상 증가했습니다. 문화공간을 통해 시몬스는 젊은 세대까지 고객 연령대를 확대하고 힙하고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로의 변화에 성공합니다.



사진 시몬스, 출처 서울경제 2019.9.23 기사


침대 없는 마케팅, 팝업 공간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구찌가 없는 구찌 전시회를 보고 영감을 받은 시몬스는 150주년 기념으로 침대가 없는 마케팅을 계획합니다. 성수동에 오픈한 철물점(하드웨어 스토어) 컨셉의 팝업스토어는 5평 남짓 작은 공간에 문구류와 공구, 야구모자까지 100여 개가 넘는 굿즈들이 즐비합니다. 침대나 잠에 전혀 관련 없는 굿즈들이지만 공간 자체가 미국 레트로 취향의 잡화점인 데다 인스타그램에 나올만한 비주얼이라 작은 공간을 방문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5평에서 하루 철물점 매출이 최대 250만 원을 찍었다고 하니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습니다.


성수동의 팝업스토어가 성공하자 시몬스는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과 이천, 부산에도 팝업스토어를 오픈합니다. 4곳에서 누적 6만 명 이상의 젊은 방문객들이 다녀갔고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가 1만 건 이상이 생겼습니다.



사진 시몬스, 출처 매일경제 2020.12.24 기사

굿즈 마케팅은 단가가 높거나 구매 접근이 빈번하지 않은 상품을 쉽게 다가갈만한 굿즈치환하여 고객과 접점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쉽게 사봄직한 가격대의 굿즈가 희소성 있거나, 유익하거나, 예쁘거나, 재밌거나 이 중 하나에 들면 침대 브랜드이지만 침대 없이도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 효과를 얻기도 하는 것이죠. 물론, 굿즈의 본질은 브랜딩이며 본업을 더 단단히 만들어줄지에 대한 세심한 판단은 필요합니다.


공간 마케팅으로 쏠쏠한 성과를 얻은 시몬스는 요즘 해운대에 그로서리 스토어를 팝업으로 내놓았습니다. 조만간 해운대의 성공 스토리를 입은 그로서리 스토어가 이천에 재오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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