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시몬스 테라스를 다녀온 무렵쯔음, 시몬스 팝업스토어에서 시몬스 브랜드 전략 이사님에게 직접 공간을 소개받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마침 시몬스로 좋은 경험을 가진 직후라 성수동 팝업스토어를 다시 보니 마치 <아는 사람> 만난 것 마냥 반가웠더랬죠.
시몬스가 만든 철물점, 하드웨어 스토어
시몬스는 창립 150주년을 기념하여 성수동에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5평 남짓한 작은 철물점 컨셉입니다.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가 브랜드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이었다면, 성수동 팝업스토어는 브랜드 감성을 가볍게 경험하는 게릴라성 공간이라 하겠습니다.
"시몬스의 150년 된 역사나 기술력과 같은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시몬스의 감성을 느낌과 경험으로 가볍게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 시몬스 브랜드 전략 이사님과의 대화
굿즈 마케팅이 가지는 장점은 확실합니다. 단가가 높아 접근이 빈번하지 않은 상품을 굿즈로 치환하여고객에게브랜드에 접근할 여지를주는 것이죠.
미국 레트로 느낌의 철물점에는 지우개, 수첩 등의 문구류부터 공구세트, 옷, 야구모자, 점프슈트, 소화기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몸을 이쪽저쪽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 끝날만한 작은 공간입니다. 철물점의 물건들은 하나같이 노랑 빨강 초록으로 인스타그램에 빈티지로 찍어 올리면 예쁠 컨셉이었고 모든 제품에는 150주년의 로고 디자인이 박혀있습니다.
팝업스토어 내부 / 시몬스 제공
굿즈들 / 직접 촬영
점프 슈트복을 입은 점원이 오락실 경품 뽑는 기계에서 선물을 하나씩 뽑아줍니다. 소소하지만 옛날 감성에 즐거웠습니다. 가격대가 높지 않아 맨손으로 나오지 않고 하나씩 살 법한 물건들이었죠. 코로나 시대에도 40분 이상 대기해야 들어가는 공간은 인스타그램의 성지로 등극했고 굿즈로 하루 일 매출 최대 250만 원을 찍었습니다.
경품 이벤트 / 직접 촬영
침대가 없는 마케팅으로 소비자와의 감성 소통에 성공한 시몬스는 젊은 세대에게 핫하고 세련된 감성을 확실하게 어필했습니다. 요즘은 이 여세를 이어 해운대에 그로서리 스토어를 팝업으로 내놓고 있죠.
이전에도 굿즈는 있었지만 확실히 요즘의 굿즈 마케팅은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써 의미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부캐인 굿즈 마케팅은 본캐인 브랜드 활동과 연결이 되어야 합니다. 이전에는 좋은 기업으로 인상(impression)을 주던 브랜드 활동이 최근에는 고객과 직접 만나고 브랜드 감성을 공감하는 형태로 변화하면서 부캐인 굿즈도 의미와 영역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굿즈 마케팅의 성장 배경에는 취향의 시대라는 시대적 뒷받침이 있습니다. 취향의 시대에 소비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내가 어떤 것에 의미를 두고 있는지, 이 의미에 어떻게 시간과 돈을 쓰고 있는지를 SNS에 표현합니다. 상품이 '재미있거나', '예쁘거나', '의미 있다면' 고객은 구매 경험을 인증하면서 하나의 놀이로 확산하는 것이죠.
성수동 투어를 마치고 나오면서 진행하고 있는 공간 프로젝트에 굿즈 마케팅을 어떻게 적용해볼까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굿즈 설계
요즘 굿즈에는 재미있는 사례들이 넘쳐납니다. 굿즈로 다양한 아이디어 실현이 가능한 만큼 그 목적이 본캐인 브랜딩 강화에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굿즈를 통해 브랜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강화됩니다.
1. 브랜드 인식(perception)의 강화
본래 상품과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써, MZ세대의 취향과 시즈널 트렌드를 반영해 얼마든지 접근 쉽고 사용 빈번한 굿즈로 재탄생합니다. 제휴나 OEM을 통해 특이하거나 예쁘거나 재미있게 만들어진 부캐는 본캐를 새롭고 친근한 이미지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곰표 밀맥주는 씨유(CU)가 밀가루 제조사 대한제분과 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와 제휴해 만든 상품이죠. 출시 후 일주일간 30만 개를 판매해 씨유 수제 맥주 판매 1위에 올랐습니다. 이 여세를 몰아 구두약 제조사 말표산업과 맥주 제조사 스퀴즈브루어리와 제휴해 말표 흑맥주도 출시합니다.
곰표 밀맥주, 말표 흑맥주 @funshop
하이트 진로는 어른이를 위한 문방구 <두껍상회>를 성수동에 팝업스토어 형태로 엽니다. 진로의 캐릭터 두꺼비를 활용한 굿즈들로 "요즘쏘맥잔"은 1만여 개 이상 팔리는 필수 아이템이었습니다. 참이슬백팩은 하루 3개, 1인당 1개 판매 원칙을 내걸어 고객들이 재방문까지 해가며 완판 된 아이템입니다. 70일간 1만 명 이상이 방문해 그동안 주류사업은 캐릭터 마케팅이 어렵다는 인식을 깨고 성공적으로 굿즈 마케팅을 정착시켰습니다.
두껍상회 @하이트진로
2. 브랜드 연대(bonding)의 강화
본캐 브랜드의 경험을 확장하기 위한 보조 경험들이 부캐와 연결됩니다. 기존의 서비스 경험이 물리적,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면서고객과 브랜드의 감성적 연대 (Emotional Bonding)를 한 층 더 단단하게 합니다.
코로나로 여행이 멈추자 항공사가 굿즈 마케팅을 펼칩니다. 대한항공은 탑승권(보딩패스) 형태로 고객의 이름과 도착지, 출국날짜와 좌석번호까지 주문제작 방식으로 휴대폰 케이스를 만듭니다. 배송까지 10일이 소요되지만 주문이 몰리면서 제작이 지연되었죠. 대한항공이 퇴역한 여객기를 분해해 4,000개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 네임택은 중고나라에서 웃돈을 얹어 10배 이상에 거래됩니다. 진에어는 기내식을 간편식(HMR)으로 출시했고, 제주항공은 기내식 컨셉의 카페를 홍대에 오픈했습니다. 모두 브랜드의 항공 경험을 확장하는 서비스 전략입니다. 사람들에게 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감성적 경험을 만든 브랜드는 하늘길이 열릴 때 다시 보면 반가운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한항공 보딩패스 케이스 @eskyshop / 제주항공 기내식카페 @조선일보
온라인 서점 알라딘은 이미 굿즈로 마니아층을 확보해 시리즈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사은품을 사면 책이 딸려온다는 농담처럼 알라딘의 굿즈에는 덕후들이 존재합니다. 책을 보는 경험을 강화하는 굿즈는 당연히 책 판매량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알라딘 문방구 @알라딘 웹사이트
대기업이거나 오래된 브랜드는 고정된 브랜드 이미지에 변화를 주기 위해, 작은 중소 브랜드는 브랜드 경험의 접점과 저변을 넓히려는 목적으로 굿즈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굿즈는 고객과 브랜드가 만나는 프로그램으로써 브랜드와의 연결 전체의 경험 관점으로 조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잘 만들어진 굿즈는 디지털 매체에 쏟아붓는 비용과 노력을 넘어서서 고객 스스로 홍보하는효과가 가능합니다. 지금의 소비자는 굿즈의 구매 경험에 얼마든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