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뚜쥬르를 천안의 베이커리 맛집으로 소개받았습니다. 날씨 좋은 어느 날, 하루 드라이브 삼아 근교를 둘러보다 뚜쥬르에 들렀죠. 빵집에 가려던 건데 생각하지 못했던 건대한 빵마을의 브랜드 스토리에 뇌가 말랑해졌습니다.
경험에 공을 들인 공간
좋은 공간은 확실히 경험이 잘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고객이 움직이는 경로에서 다양한 브랜드 스토리를 차근히 들려줍니다. 최근 상품 자체의 훌륭함보다 상품과 또는 브랜드와의 경험이 더 중요해지면서 고객과 만나는 접점에서의 플로우를 경험적 시각으로 관리하는 고객경험여정(CDJ, Customer Decision Jorney) 이 핫해졌습니다.
공간(Space)에도 고객경험여정이 있습니다. 온라인의 고객경험여정과 다른점은 동선(Flow)에 따라 정보가 입체적으로 배치된다는 것, 그리고 이런 요소를 배치하는 담당자의 결이 훨씬 더 다양해서 누가 기획했는가에 따라 공간의 색깔이 달라진다는 것에 있겠네요. 광고사가 컨셉팅할 수도 있고 건축회사가 컨셉팅할 수도 있습니다.
뚜쥬르는 왜 마을같은 공간을 만들었을까요?
뚜쥬르는 천안에만 있기 때문에 한 번 방문한 고객에게 브랜드 스토리를 임팩트 있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경기권의 고객 대부분이 천안에 오기만 하면 반드시 들리고, 그 고객들이 돌아가 좋은 인플루언서가 되면야 이보다 더 좋은 마케팅은 없죠. 확실히 뚜쥬르가 빵마을 디자인에 공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이곳은 다양한 독립공간들이 초록색 잔디와 벽돌색과 어우러져 마치 스머프마을처럼 생겼습니다.
마을 맵
잘 만든 브랜드 공간은 스스로 확산한다
이 넓은 공간에서 고객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은 오로지 통유리창의 마을카페 하나 뿐입니다. 이 예쁘게 공들인 공간의 대부분은 사실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입니다. 뚜쥬르는 직원 공간에 창문을 달아놨습니다. 오다가다 열려진 자가 제분소 창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공개됩니다.
자가 제분소
한 번 방문한 고객이 2시간 정도 체류해서 놀다 간다면 어떤 기억을 심어주어야 할까요? 이 많은 브랜드 스토리를 다 전할 수 없는 뚜쥬르는 우선순위를 고민했을 겁니다. 누가 어떤 것을 핵심으로 보는가는 비용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용돈의 대부분을 어디에 쓰는지, 남은 시간을 어디에 사용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과도 같죠.
공간을 할애한 크기와 배치 순서 등을 가만히 살펴보면서 함께 간 건축가 P씨와 나는 뚜쥬르가 <직원> <지역 상생> <빵의 기본>, 이 3가지를 핵심으로 꼽고 있다것에 동의했습니다. 실제로 뚜쥬르는 천안/아산 지역의 청소년들에게는 직원들의 공간을 교육용으로 오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이하게 진로탐색 체험관이라는 공간이 따로 존재하죠. 빵으로 지역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팥 끓이는 장소
마을 카페는 층고가 높은 2층 통유리 건물
다녀온 후기들이 블로그에 넘쳐나는 것만 봐도 뚜쥬르 마을 공간이 마케팅에 얼마나 임팩트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잘 만든 브랜드 공간이 다시 마케팅이 되어 스스로 확산하는 것이죠.
스토리가 잘 정돈되어 있다
마침 프로젝트의 콘텐츠 기획으로 한참 머리싸맬 시기였기에, 이런 로컬 브랜드의 콘텐츠를 누가 이렇게 정리했을까, 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내부에 마케팅팀이 진행할 수도 있고 외부 에이전시가 오랜 기간 대표와 직원들을 인터뷰해서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디테일하게 파고들수록 소소하지만 힘있는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간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만들어진만큼 배치에 세심한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체험관에서 본 뚜쥬르 스토리는 시각적 영상으로 이미지로 군데군데 작은 리플릿으로 잘 정리되어 눈이 가고 손이 갈만한 포인트에 잘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뚜쥬르의 마을컨셉의 공간은 스토리가 탄탄한 회사가 잘 발굴한 콘텐츠로 공간에서 어떻게 힘 조절을 하는지 생각하는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