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뚜레쥬르는 들어보셨어도 뚜쥬르는 뭐지? 아류작인가 하시는 분 계실 겁니다. 사실은 뚜쥬르가 원조이고 CJ는 뚜레쥬르를 유사상표로 허가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스토리에 열광한다
뚜쥬르는 천안에만 있는 지역 빵집이고 연매출 150억 원에 직원 200여 명이 고용된 향토기업입니다. 1992년에 서울에 첫 매장을 오픈했는데 이때부터 줄이 길어 유명했죠. CJ가 뚜쥬르를 인수해 제과제빵 브랜드를 론칭하려고 했지만 내실이 탄탄했던 뚜쥬르는 인수에 응하지 않습니다.
"제법 장사가 될 때쯤 국내 정상급 베이커리 업체의 설득에 넘어간 건물주가 갑자기 임대를 중단해 권리금도 못 받고 사실상 쫓겨났던 기억이 나네요."
- 뚜쥬르 과자점 홍보실장 곽태정 씨, 연합뉴스 2016-9-2
결국 뚜쥬르는 1998년부터 천안으로 이전했고 CJ는 뚜레쥬르 브랜드를 론칭하죠. 뚜쥬르는 소송을 통해 CJ에게 유사상표 이용료를 받고 15년간 천안과 아산시에 뚜레쥬르를 진출시키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언제나, 항상 변함없는'이라는 뜻을 가진 뚜쥬르는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식용유는 하루만 사용하고 버립니다. 천안 바깥에 점포를 내지 않고 로컬 브랜드를 고집합니다. 원재료로 지역상품을 사용합니다. 천안의 무농약 딸기를 연간 2억 원어치 사용하고, 18년간 팥을 담당하는 장인이 따로 있습니다. 이런 원칙들은 탄탄한 브랜드 스토리가 됩니다. 사람들은 이런 스토리에 열광하죠.
사람들은 더 나은 자신의 이미지를 산다
매출을 생각하면 서울/경기권에 매장이 있어야 좋고, 프랜차이즈로 사업화시키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뚜쥬르는 왜 천안 지역 브랜드를 고집할까요?
브랜드의 가치는 경영철학과 관련 있습니다. 그 브랜드가 지켜내고자 했던 가치, 그로 인해 힘들었던 우여곡절들, 시간이 흘러도 지켜내는 원칙들. 매일의 크고 작은 결정들이 쌓여 브랜드의 철학과 본질(essence)로 굳어집니다. 그리고 고객은 상품이 아니라, 그 철학에 동의한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구매하게 됩니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도 말이죠.
이 빵집의 경영철학과 슬로건은 "느리게 더 느리게"입니다. 이런 원칙과 고집으로 일어난 해프닝들이 스토리가 되어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탄생합니다. 십수년간 매일 팥을 삶고, 천연효모로 14시간 발효시켜 천천히 빵을 구으며, 빵은 하루만 생크림 케이크는 생산 후 12시간 이내에 판매하고, 기름은 하루 사용만 고집합니다. 천안 농가들을 살려 더불어 상생하고, 직원 근속 연수가 짧은 제빵산업에서 23년간 같이 일해온 베테랑이 있고.. 정말 할 얘기들이 많죠?
사실 가장 좋은 마케팅은 잘 만든 상품력에 있습니다. 상품이 좋으면 저절로 입소문이 나고 알아서 인플루언서가 찾아오죠. 비용을 써서 알리는 것보다 스스로 찾아온 자연유입고객(organic user)은 구매까지 이르는 여정에 중간 이탈이 적습니다. 웹사이트나 브랜드 공간에 더 오래 머무르고, 스스로 입소문을 내주는 열성팬이 될 확률도 높죠.
2020년에 천안 뚜쥬르를 방문했을 때 저는 내부에 좋은 마케터가 뚜쥬르의 스토리들을 콘텐츠로 잘 엮어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천안의 뚜쥬르 테마공간에도 이런 내용들이 콘텐츠로 잘 정리되어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