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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Aug 06. 2024

세상 모든 반려견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림 설명 : 친구네 집 강아지 12살 진돗개 '뭉이'


며칠 전 새롬이 저녁 산책을 나갔더니 퇴근길에 지나가던 처음 본 동네 주민께서 새롬이에게 다정하게 아는 척을 해주셨다. 깜짝 놀라 혹시 우리 새롬이를 아시냐고 물었더니 아침 출근길마다 산책하던 새롬이를 자주 봤었는데 어느 날부터 안 보여 걱정했다고 하셨다. 바로 상황을 이해한 나는 폭염으로 새롬이의 아침 산책 시간이 오전 6시대로 당겨져 못 보셨을 거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제 새롬이는 누가 봐도 어딘가 아파 보이는 노견의 모습이구나 싶어 안 그래도 짠한 녀석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처음 뵙는 동네 주민이셨지만 새롬이의 안부를 걱정해 주신 따뜻한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그분도 두 달 전에 15년 키운 몰티즈 반려견을 노환으로 떠나보내셨다고 했다.

아마 성치 않은 몸으로 산책 중이던 새롬이가 유독 눈에 들어왔던 이유도 떠나간 반려견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게다.


나 역시 최근 씩씩이를 떠나보낸지라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반려견이 채웠던 사랑의 자리는 한 동안 깊은 여백의 공간으로 남는다. 이 공간은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다른 존재로 채워진다기보다 과거 반려견과 함께했던 추억의 공간으로 서서히 변환된다. 그만큼 그 녀석의 자리는 오로지 그 녀석으로 밖에 해결되지 않는다. 동물이지만 그전에 나와 마음을 나누고 교감했던 친구이자, 사랑을 주고받은 애착 대상으로 세상 유일무이한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새롬이만 산책시키면 되어서 씩씩이와 산책했던 시간은 내 운동 시간으로 채우고 있다. 오늘도 이른 아침 인근 산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나무 밑 벤치 위에서 폭염에 숨을 헐떡이며 쉬고 있는 시츄와 몰티즈를 발견했다. 우리 새롬이를 아는 척해준 동네 주민처럼 나 역시 폭염에 산책을 나온 녀석들이 기특해 견주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시츄는 10살 만식이, 몰티즈는 12살 만복이라고 했다.


그렇게 슬그머니 녀석들의 옆자리에 끼어 앉아 처음 본 견주분과 잠깐동안 수다를 나누었다.

평소 낯가림이 있는 나도 희한하게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을 만나면 스스럼없이 강아지를 매개로 친근하게 말을 걸게 된다. 특히 시츄들을 만나면 녀석들의 사람 좋아하는 사교성과 순한 성격을 알기에 처음 본 녀석이라도 사랑스러운 큰 눈을 바라보면 미소가 새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만식이와 만복이는 누가 봐도 견주의 세심한 케어가 느껴질 만큼 사랑을 듬뿍 받고 사는 듯했다.

강아지를 키워 본 사람은 알겠지만 강아지들의 표정과 털 상태만 봐도 견주의 사랑과 관심이 가늠이 된다. 아기들과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반려견들도 사람의 보살핌 하에 전적으로 기대어 생존하기 때문이다.


만식이와 만복이처럼 나도 한때는 새롬이와 씩씩이를 동시에 산책시켰었다.

두 녀석을 함께 산책시키는 일은 정말 두배로 어렵다.

체력적인 부분도 힘들지만 사람들의 시선도 두배로 받게 된다.

한 녀석만 산책시키면 그나마 덜 하지만 두 녀석과 함께 산책하다 보면 예뻐해 주는 분들도 있지만 개가 인간보다 더 호강한다며 종종 이유 없이 화를 내며 지나가는 분들도 있었다.

요새는 반려견 산책 에티켓이 강화되고 반려인구가 증가한 만큼 반려견에 관한 인식과 이해도가 높아져 덜하지만 예전에는 강아지들에게 갑자기 발길질하는 사람부터 화를 내는 사람까지 정말 황당한 일을 많이도 겪었더랬다. 한 녀석을 산책시킬 때 보다 두 녀석을 함께 산책시킬 때 그런 경우를 다반사로 겪은 것 같다. 그래서 산책하는 강아지가 예뻐 다가가도 경계하는 견주들의 모습을 보면 이해가 되고 그때마다 저도 강아지 키워요라고 말하면 바로 경계심을 풀고 편안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내가 새롬이를 키우기 시작한 2010년 초반만 해도 반려 인구가 많지 않았다.

2010년 반려동물 보유 비중은 17.4%였다가 2023년에는 전체인구의 30%인 1500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통계처럼 2010년에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한 17.4%의 사람들이 유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면 지금쯤 이미 펫로스 증후군을 겪었거나 이제 새롬이 처럼 노견이 되어 병든 반려견을 케어하고 있을 테다.


귀여운 아기 반려견이 노견이 되어 아프다고 해서 사랑했던 마음이 퇴색되거나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한 시간만큼 진정한, 어엿한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 더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고유한 대상이 된다. 우리 사회가 아직 반려견을 주인의 소유물인 재산으로 인식해도 반려견과 오랜 시간 가족처럼 함께 한 사람은 알 것이다.


요즘은 사람도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아우성이지만 이미 이 세상에 태어난 강아지라면 책임감 있는 좋은 견주를 만나 정말 행복한 견생을 살다 갔으면 좋겠다. 사람도 한 생애에 걸쳐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만 생존이 가능한 시기가 있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달리 전생애 걸쳐 자립이 불가해 한 평생 인간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다. 또 인간의 보호를 받는 대가로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 녀석들이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이 태어난 자체만으로 축복이 되는 그들만의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다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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