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현 Mar 29. 2024

49살 엄마가 22살 딸에게  전하는 서툰 이야기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딸아.

너와 차 한잔 사이에 두고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어느덧 엄마보다 더 어른스럽고 속 깊은 네게 엄마가 너보다 27년을 더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훈계하려는 심사는 아니지만 한 번쯤은 되새겨 봤으면 해.


이 이야기는 엄마가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아내면서 인연이 되었던 모든 관계 속에서 깨달은 것들이야. 

지혜로운 사람은 책이나 멘토에게서 배우며 깨닫기도 하는데 지혜롭지 못했던 엄마는 삶 속에서 온몸으로 겪어낸 후에야 알게 되었어.


아쉽게도 엄마 주변에는 인생의 지혜를 들려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없었어. 설령 있었다 해도 당시 엄마의 사고 능력과 정서 수준으로는 그 이야기들을 담지 못했을 거야. 사랑받지 못하고 신뢰할 만한 어른을 만나지 못했던 어린 엄마는 몸만 자랐을 뿐 내적 성장은 어린 시절에서 멈추어 버렸어. 마음은 결핍으로 비어있고 몸만 자란 채 어른이 되어 20살 이후로는 결핍을 채우기 바빴어. 비빌 언덕이 없으니 내가 직접 언덕을 일구어야 했고, 나를 보호하고 지켜줄 어른이 없으니 나 자신을 지키고 방어하기 위해 예민함의 거친 날을 세워야 했어. 그렇게 생존을 위한 투쟁에 급급하다 보니 삶의 지혜를 사유할 여유도, 능력도 안되었던 엄마의 젊음은 외줄 타듯 위태로웠고 인생의 중요한 결정 또한 미숙함 속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더 많이 실수하고, 더 많이 아팠고, 더 많이 방황했었어


딸아.

엄마를 덮쳤던 운명의 소용돌이와 아집이 낳은 무지로 인해 겪어야 했던 삶의 고난에서 배운 엄마의 지혜를 들려줄게.


첫째, 너 자신을 사랑해야 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쉬운 것 같지만 생각보다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

예를 들어 너의 몸과 마음이 위험해지는 또는 위험해질 것 같은 행동이나 선택은 하면 안 돼. 예로 중독을 일으키는 것들! 그것들은 네 자유의지를 점령하고 종국에는 네 삶 전체를 지배해 버릴 수 있어.


또 네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둬야 해. 상대방의 친절이 너를 아프게 한다면 그건 거짓 친절일 수 있어. 네가 아픈 데는 분명 이유가 있으니 네 마음에게 먼저 말을 걸어 살펴주어야 해. 틀린 감정은 없어. 감정은 무조건 옳으니 네 마음을 우선 챙겨야 해. 마지막으로 건강을 해치는 행동도 하면 안 돼. 잠을 늦게 자서 네 몸을 피곤하게 한다거나 폭식을 한다거나 운동을 게을리하는 것도 포함해.


둘째, 매사에 감사해야 해

감사는 기쁠 때만 하는 건 아니야. 고난 속에 있을 때도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감사의 축복을 누릴 수 있어. 안타깝지만 삶에 있어 고난은 피해 갈 수 없단다. 가랑비를 잠시 피할 수는 있겠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이 복리가 되어 나중에 소나기로 닥칠 수도 있어. 가랑비 일 때 현명하게 잘 겪어낸다면 추후 소나기도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딸아. 고난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다.

고난은 심심한 밀가루 붕어빵을 달콤함으로 적셔주는 팥과 같아. 고난을 한탄하고 운명만 탓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붕어빵 속 팥을 맛보지 못한 것과 같을 거야. 고난이 네게 가르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성찰하고 동시에 고난 속에서도 감사할 수 있다면 더 빨리 깨달음을 찾아 고난의 터널을 더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 거야.

이처럼 감사는 배움을 조기에 이수할 수 있도록 해주고 고난이 네 건강을 헤치지 않도록 돌봐줄 거야.

만일 고난이 휴지기 없이 지속해서 찾아올 수도 있는데 이때도 빨리 정신을 추스르고 감사를 찾아야 해. 고난도, 고통도, 불행도 일단은 네가 살아있으니 겪는 거야. 그러니 힘들더라도 그때는 건강히 살아있음에 감사해 보자. 감사는 인생에 반드시 찾아올 불행의 시기를 견뎌낼 힘을 줄 거야.


셋째, 긍정적 사고회로를 활성화해야 해.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똑같은 일을 겪었어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뉘어. 당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승자야. 긍정적 사고를 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거나 하진 않을 수 있어. 인생이란 무대에서 어차피 네게 일어나야 할 일은 반드시 일어날 테니까. 하지만 긍정적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는 축복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들 거야. 사람은 누구나 부정적인 사람보다 긍정적인 사람 곁에서 좋은 에너지에 노출되길 원하거든. 그 아름다운 사람들이 또 네게 힘이 되어 줄 거야.

딸아. 부정적 생각을 선택해서 너를 괴롭히지 말고 긍정적 생각을 주저 없이 선택해 너를 이롭게 해야 해.

우리를 지배하는 생각도 사실 그전에 너의 선택에 의해 채워 진거란 걸 잊지 마렴.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은 당장 좋은 일 같아도 나중에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당장 나쁜 일 같아도 뜻밖에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해. 100% 좋기만 한 일도, 100% 나쁘기만 한 일도 없단다. 빛을 비추면 필연적으로 그림자가 드리우고 동전에 양면이 존재하는 것처럼 모든 일은 어느 쪽에 시선을 두고 해석하느냐에 달렸어. 우리와 오랜 시간 함께한 씩씩이를 떠나보내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또 씩씩이 투병기로 썼던 블로그 글쓰기가 발판이 되어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것만 봐도 그렇잖아. 그러니 아무리 힘든 일이 닥친다 해도 그 그림자를 낳은 빛은 무엇일까 성찰해 보고 네 눈을 그림자가 아닌 빛으로 향하도록 해야 해.


넷째, 늘 용기를 가져야 해.

용기가 있는 사람은 실패 후에도 좌절하는 법이 없어. 그런데 용기는 가져야지 결심한다고 바로 생기는 게 아니야. 용기는 안타깝게도 수많은 실패를 겪어본 사람만이 손에 쥘 수 있는 훈장과 같단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돼. 인간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데 예를 들어 엄마뱃속에서 막 태어난 신생아는 똑바로 누워만 있잖아. 그러다 좀 크면 뒤집기를 시도하는데 예를 들어 10번 도전 끝에 어쩌다 1번이 성공으로 이어지고 자신감이 붙어 지속적으로 뒤집기를 연습하다가 뒤집기가 만만해지면 이번에는 배밀이를 시도해. 10번의 도전 끝에 어쩌다 1번 성공하고 계속 연습하다 보니 배밀이도 만만해져서 또 다른 도전거리를 찾는데 이번에는 물건을 잡고 일어나 보는 거야. 그다음은 물건에서 손을 떼어 서 있다가 걸음마에 도전하고 그렇게 우리는 걷게 된 거야. 중간에 실패했다고 좌절해 도전을 멈췄다면 직립보행은 불가능했을 거야, 이처럼 우리가 걷는 것도 거저 얻어진 게 아니고, 수천번의 실패 끝에 이룬 성과란다. 하물며 네가 중요한 시험을 치르거나 직업을 갖기 위한 취업 과정은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되겠니?


딸아. 성공이란 열매를 얻기 위해 실패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 급할 것 없어. 여유를 갖고 주변 풍경도 바라보고 풍경이 주는 느낌도 충분히 만끽하면서 천천히 가도 돼. 실패를 통해 더 단단해질 너를 기대하며 다시 도전하면 되는 거야.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란다. 만약 수많은 노력을 들였음에도 실패해 네 길이 아니라고 최종 판단이 내려진다면 깨끗하게 포기하는 것도 용기야, 엄마는 네가 어떤 선택을 하건 응원할 거야.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인생에 실패란 없어. 단지 경험만 있을 뿐이야. 그간의 경험들이 앞으로 펼쳐질 네 삶을 튼튼하게 받쳐주는 뿌리가 될 거야.



다섯째, 귀를 열고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배워야 해.

엄마는 직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 그 친구들의 미소와 말과 행동에는 아름다운 빛깔의 선한 향기가 배어 나왔어. 그 향기가 엄마 마음속 두꺼운 장벽을 넘고 문턱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오니 엄마에게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어. 그 향기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나도 그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더라. 그러니 만나는 사람들에게 성심으로 친절하게 말하고 행동하렴. 그중 한 사람이 너를 축복의 통로로 인도할 천사일지 몰라.

세상에는 분명 너보다 잘난 사람도 많고 훌륭한 사람도 많아. 그들과 비교하며 경쟁해서 이기려 하기보다 그들의 장점을 발견해 네 것으로 학습하는 연습을 해봐. 그럼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스승이란다.


여섯째, 이건 정말 중요한 이야기인데 배우자건 연애 상대건 어떤 사람을 골라야 하는지 말해줄게.

우선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

모든 갈등과 다툼의 시작은 미운 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

또 다툰 후에 사과할 줄 아는 사람!

만나다 보면 소소한 다툼은 언제나 생기는데 그때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자존감이 있는 사람일 거야.

너무 고려할게 많지만 마지막으로, 측은지심이 있는 사람!

즉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해. 그래야 인생의 고비마다 서로를 격려하며 이겨나갈 수 있단다.

이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데... 너 또한 네 짝꿍에게 위와 같은 사람이 되어주어야 해.

사람을 대할 때는 네가 받고 싶은 대로 상대에게 해주면 돼. 네가 좋아하는 건 상대도 좋아할 거고 네가 싫어하는 건 상대도 싫어할 확률이 커. 꽤 단순하지?


결혼은 특히 배우자 선택은 너의 남은 삶을 통째로 변화시킬 위력이 있는 만큼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해.

엄마 의견도 많이 참고해 주고!!!


딸아.

엄마는 언제나 네 옆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거야. 세상풍파에 지치고 힘들 때는 언제나 엄마 품으로 와서 쉬었다 가렴. 엄마가 받지 못한 따뜻하고 세심한 돌봄을 엄마가 돠어 너에게 해줄 수 있어서 행복했어.

사랑한다 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