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강아지'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마, 핑구, 짜장이

by 써니현
수원역에서 우연히 만난 시츄

지난 주말 수원역에서 주인아저씨 품에 엉성하게 안겨 있는 귀여운 시츄 친구를 만났다.

주인분은 매표소 앞에서 시츄를 한 팔에 안아 들고 급히 티켓팅을 하고 계셨고 나는 이 친구를 보자마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작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내 아가들(새롬이, 씩씩이) 얼굴이 이 친구에게 모두 보였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자리를 뜰까 조바심이 나 주인분께 동의를 구할 새도 없이 떨리는 마음으로 급하게 휴대폰 찾아 카메라를 켜고 사진을 찍었다.


나 역시 시간이 많지 않아 사진만 찍고 멀찌감치 바라만 보다 기차 탑승 시간이 다가와 자리를 떴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필시 주인분께 양해를 구하고 녀석과 알은체하며 인사도 나누고 이름도 물어봤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 친구에게도 시츄 특유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여 웃음이 났다.

시끄러운 공공장소에서 한쪽 팔에만 엉거주춤 매달려 불편할 법도 한데 댕청미를 한껏 뽐내며 얌전히 안겨있었다. 우리 새롬이, 씩씩이도 그랬다. 세상에 없는 순둥이였다. 시츄들의 무던함은 유명하다. 오죽하면 몸이 아파도 바보스러울 정도로 잘 참아 병을 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때로는 그 무던함이 안쓰러운 녀석들이다.


새롬이, 씩씩이를 떠나보낸 후로는 혼자 산책을 다닌다.

녀석들과 15년 가까이 산책을 해왔던 습관이 내 삶의 일상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퇴근하면 서둘러 저녁을 먹고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동네 나지막한 산에 오른다. 녀석들이 없으니 배변 봉투를 챙길 일도 없고 산책 중에 수시로 냄새 맡느라 바빴던 녀석들을 기다려줄 필요도 없이 오로지 걷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녀석들의 씰룩거리는 뒤태를 보며 도파민이 터져 웃을 일도, 녀석들에게 건네던 혼잣말을 할 일도 없어졌다.


대신, 새로운 재미가 생겼는데 그건 바로 산책 나온 동네 '강아지' 친구들을 사귀게 된 일이다.


그 친구들을 일일이 소개하자면, 첫 번째로 우리 집 아래층에 살고 있는 4살 웰시코기 '마'! (이름이 '마'다.)

'마'는 저녁마다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다녀온다.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처음 만난 '마'는 주인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집 앞 공원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할머니는 풀밭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마에게 가볍게 던져주는 놀이를 해주셨고 마는 떨어진 나뭇가지를 신나게 다시 물고 와 할머니 발 밑에 연신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마치 무한대 속 뫼비우스 띠처럼 '마'는 놀이를 계속했고 할머니는 결국 팔이 아프다며 지쳐하셨다.

하지만 할머니의 상태는 내 알바 아니라는 듯 마는 팔팔한 기운을 뽐내며 나뭇가지를 던지라고 재촉했다.

그 모습이 마냥 귀여워 할머니를 대신해 내가 나뭇가지를 할머니보다 더 멀리, 더 높이 던져 주었다.

녀석은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나뭇가지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신나게 뛰어다녔고 나는 무려 30분 동안 나뭇가지 멀리 던지기를 지속했다. 결국 녀석이 먼저 지쳤는지 풀밭에 털썩 드러누워버렸다.('마'야. 다음에 아줌마가 할머니를 대신해 또 신나게 놀아줄게 ㅎㅎ)


두 번째 친구는 산책로에서 가끔 만나는 시츄 친구로 이름은 '핑구'다.

어찌나 예쁘게 생겼는지 긴 속눈썹이 매력적인 핑구는 마치 양반 마냥 의젓하고 낯선 사람이 다가가 예뻐해도 경계하는 법이 없고 감개무량해하며 설레발을 치는 법도 없다. 그저 반갑구먼 하며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 뿐이다.(역시나 무던한 핑구) 핑구를 볼 때마다 새롬이, 씩씩이가 생각난다. 오늘 저녁 산책길에도 핑구를 만났으면 좋겠다.(곧 장마철이 시작되고 폭염이 오면 강아지 친구들의 산책도 힘들 텐데 한동안 못 본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쉽다.)


세 번째 친구 역시, 산책길에서 종종 만났던 다문화견(믹스견) 친구인 '짜장'이다.

사실 '짜장'이는 씩씩이와 산책하면서 자주 마주쳤던 친구였다. 가슴줄에 '짜장'이라는 명찰을 하고 있어 이름을 알게 되었고 입 주변이 까만색이어서 흡사 짜장을 잔뜩 묻히고 있는 모습 같아 '짜장'이란 이름과 찰떡궁합이었다. 견주분께 나이를 물어보니 '짜장'이도 이제 5살이 되었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입 주변이 짜장색에서 갈색으로 변한다며 아쉬워하셨다. (짜장아. 다음에 만나면 아줌마한테 반갑게 인사해 줘. 우리 앞으로 많이 친해지자.)


새롬이, 씩씩이가 떠나고 아프고 허전했던 마음을 잠깐씩이나마 마주치는 동네 강아지 친구들을 보며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 꼭 내 강아지가 아니어도 오며 가며 만나는 귀여운 친구들을 보면 너무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한다. 세상 모든 반려동물이 착하고 따뜻한 주인을 만나 듬뿍 사랑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녀석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자체발광 '귀염미'만으로도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귀여움은 모든 감정 중 최고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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