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되어 알게 된 것들

by 써니현

가장 좋은 친구는 나 자신이다.

고요 속에서 나를 끌어안고 때로 대면하며 침묵의 대화를 이어간다. 이렇게 나는 나의 가장 친한 가성비 친구가 된다. 가성비를 따진다고 눈치 볼 필요도 없다. 맛집을 가지 않아도 되고 분위기 좋은 카페를 가지 않아도 된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공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외출을 위해 꾸미지 않아도 된다. 시간과 장소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나와 놀아줄 수 있는 내가 있다면 심심할 일이 없다. 나만의 비겁하고 비루하고 옹졸한 진실을 거침없이 드러내도 안전하기만 한 만남이 된다.


대화가 오가지 않아도 편안한 친구가 좋다.

들꽃의 아름다움에 감동할 수 있는 친구면 더 좋다. 고요 속에서 창밖 풍경을 바라만 봐도 어색하지 않을 침묵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좋다. 만남에서 대화는 때로 마음의 만남을 방해한다. 말은 때로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장신구 같을 때가 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도 피곤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잠이 더 소중해진다. 도파민 중독에 취해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했다가는 피곤이라는 소금에 처절하게 절여진 배추 꼴을 면치못한다. 내 체력의 한계를 알고 인정하는 것도 나에 대한 겸손이다. 잠은 내일 생존을 위한 필수 담보물이다.


'반드시, 절대'라는 부사는 쓰지 않게 된다.

어설픈 완벽주의자 보다 넉넉한 설렁설렁 설렁 주의자가 되고 싶다. 직선보다 곡선의 유연함이 좋다. 살아보니 인생은 운이더라. 운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지배하는데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도, 어떤 자식을 만나느냐도 운이다. 내 의지로 되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자. 애를 쓰는 만큼 내 건강수명만 줄어든다.


뭐든 다 때가 있다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젊음도 아름다움도 식욕도 공부도 다 때가 있다. 나이 드니 젊은 시절 아름다움은 자취를 감추었고 건강검진 결과 위장질환은 어느새 기본 옵션이 되었고 맑던 피도 탁해져 뷔페를 가도 그림의 떡이 수두룩, 그렇게 좋아했던 밀가루 음식은 큰맘 먹고 먹어야 하는 연례 만찬이 되었다. 공부를 위한 체력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모든 게 다 때가 있었구나. 그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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