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대한 단상
사진 설명 : 여행 중 떡실신 현장. 깨어난 후 목 결려 고생함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잠'자려고 잠자리에 눕는 시간이다.
날이 쌀쌀해지면서 창고에 보관하던 온수매트를 다시 꺼냈다. 온수매트 사용법을 소개하자면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부터 매트의 전원을 켜두어 이부자리를 따뜻하게 데워놓는데 그렇게 데워진 포근한 이불속으로 풍덩 몸을 뉘이면 정말 눕는 맛이 '꿀맛'이다.
내게 잠은 눈 떠있는 하루 내내 부지런히 움직이고 머리를 굴리느라 고생한 내 몸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일당'과 같다. 노동의 대가로 매달 통장에 꽂히는 봉급 외에도 매일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일당이다.
밤 9시~10시 사이에는 반드시 잠자리에 눕는데 추운 겨울에 되면 찬기에 웅크리느라 피로해진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9시 30분에는 취침하려 한다. 12시 땡 하면 도망가는 신데렐라처럼 나도 9시 반이 되면 아무리 재미난 티브이 프로를 시청하다가도 대번 전원을 끄고 화장실에 들른 후 방으로 들어가 드러눕는다. 필요한 베개는 두 개인데 하나는 머리밑에, 하나는 다리밑에 두어 중력에 못 이겨 부어오른 종아리를 올려둔다. 잠은 산해진미가 유혹하는 식탐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로맨스 드라마 본방사수도 뛰어넘을 만큼 달콤하고 맛있다.
잠을 사랑하는 이유가 또 있는데 바로 '꿈'때문이다.
평소 꿈을 통해 무의식적 갈등이 해소되는 팁을 얻기도 하고, 아직 맞아본 적은 없지만 횡재수를 부르는 꿈들을 가뭄에 콩 나듯 꾸기도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며칠 전에도 변기에서 똥이 넘쳐 몸에 묻는 꿈을 꿨는데 꿈을 꾸는 와중에도 앗싸! 기분 좋다 했더랬다. 그렇다고 복권을 구입하는 행위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지만 단조로운 일상에 희망과 재미를 선사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좋은 꿈을 꾸면 당장 화답답지 못해도 좋은 기운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복으로 돌아온다니 가히 기대해 볼 만하다. (똥꿈, 연예인꿈, 재벌총수꿈. 대통령꿈까지 내 꿈 스펙은 정말 화려하다. 일명 꿈 부자)
한때는 어차피 죽으면 내내 잠만 잘 텐데 하며 잠자는 시간을 낭비라고 여겼던 적이 있었다. 물론 20대 초반 철도 씹어먹을 것 같던 식탐과 체력이 넘치던 시절 이야기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종합병원 간호사로 취업해 3교대를 하면서 잠이 부족할 때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 사고를 하게 되는지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연이은 밤근무 강행군이 4일째 이어지던 날 졸음을 이기지 못한 나는 차라리 수술이라도 받고 환자 침대에서 드비 자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그 시절 내 소원은 남들 출근하는 아침 시간에 출근하고, 남들 자는 밤시간에 잠을 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 소원 하나는 이루었으니 감사하기 그지없다.
잠만 한 보약이 없다고 암을 예방하는 데도 잠이 최고이다. 또 감정적으로 힘들 때도 잠을 푹 자고 나면 다시 평정을 되찾곤 한다.
잠은 정말이지 여느 맛집의 대표 메뉴보다 맛있고 먹음직스럽다. 앞으로 나의 목표 취침시간은 8시 반이다. 더 많이, 더 오래 잠의 축복을 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