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6학년 성교육 이렇게 해요!
우리 집 강아지 활용 성교육
저는 보건수업을 주로 성교육으로 시작하는 편이에요.
성교육은 막 사춘기에 접어든 6학년 아이들이 매우 흥미 있어하는 단원이에요. 물론 모든 보건교과 단원이 중요하지만 성교육은 중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채택되지 않는 이상 입시교육 위주이다 보니 어쩌면 아이들이 평생 동안 성교육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기도 해요. 사실 수학이나 영어는 학원 및 학교에서도 배우고 부모님께도 배울 수 있지만 성교육은 기회조차 희소하니까요.
저만해도 평생 받은 성교육이 중학교 1학년 시절 가정 선생님께 배운 '월경'이 다예요. 그때 제가 수업 마무리 질문 타임에 용감하게 손을 번쩍 들고 했던 질문이 지금도 기억이 난답니다.
"선생님! 월경도 소변처럼 참을 수 있나요?"
선생님께서는 아주 좋은 질문을 했다고 칭찬을 해주셨죠.
실제 성교육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의 반응은 대략 세 가지 부류로 나뉘어요.
첫 번째,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나는 영원히 아무것도 모르고 싶어요~ 왜냐면, 나는 성에는 관심이 없는 착한 아이니 까요~~^^ (pure 부류)
두 번째, 오! 성교육 드디어 시작이다. 두근두근,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 (attention 부류)
세 번째, 성교육? 아. 그까짓 거 나한테 물어봐. 시시하게 뭔 성교육이야! (exciting 부류)
반응은 달라도 아이들 눈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반짝반짝 빛나요.
성교육은 본격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전에 오리엔테이션 수업이 꼭 필요해요.
미디어에 일찍 노출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아이들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는 성에 관한 관념이나 지식수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1차시는 전반적인 성의식을 함께 점검하고 앞으로 성교육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안내하고 있어요.
성교육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는 저만의 방법이 있어요.
바로 '교실창문'을 관찰하게 한 다음(대부분의 교실 창문은 바깥 면이 외부로 노출되는 만큼 더러워요) 이번 1차시 보건수업은 교실 창문의 먼지를 닦아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창문에 낀 먼지는 너희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잘못된 성지식이나 성에 대한 편견을 나타낸다. 건강한 성가치관을 기르기 위해 자신의 마음 창문에 낀 먼지를 살펴보고 오늘 이 시간을 통해서 깨끗이 닦아주어 보자고요. 아무리 밖에 날씨가 미세먼지 없이 화창하더라도 교실 안에서 먼지가 뿌옇게 낀 창문을 통해 투영된 세상은 먼지구덩이 속이라고요. 이번 시간을 통해 너희들이 갖고 있던 평소 성가치관을 점검해 보자고 이야기해요.
마음에 먼지가 가득 끼여 성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은 보건선생님이 아무리 건강한 성가치관과 우리 신체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가르쳐주어도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보건선생님은 맨날 야한 얘기만 한다고 해요.(실제로 보건수업에 대해 그렇게 적은 친구가 있었어요)
우선 기존에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성의식을 점검하기 위해 사용하는 두 가지 수업 방법을 소개할게요.(물론 보건교과서를 활용해 수업하기도 해요)
1. 포스트잇에 '성'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으면 자유롭게 적어보도록 해요.
- 아이들은 초등답게 '이 씨, 김 씨, 박 씨' 'castle 성'이라고 장난스럽게 적기도 하고, '생리, 몽정, 남자, 여자, 사춘기, 사랑, 임신, 아기'라고 적기도 해요. 더 대범한 아이는 'sex'라고 적기도 해요.
다 적은 포스트잇을 걷은 후 신체(몸)에 초점을 둔 단어들(생리, 몽정, 남자, 여자, 사춘기)과 좀 더 확장된 개념의 단어(임신, 아기, 사랑)가 적인 포스트잇을 각각 구분해서 칠판에 붙여 놓아요. 이렇게 친구들이 적은 단어를 보며 성에 대한 생각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어요.
주로 아이들은 성 하면 신체적인 '성'만을 떠올려요. 물론 성의 개념에 우리의 몸 즉, 신체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만 사실 성은 성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 성가치관뿐 아니라 남녀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 등을 다 포함한다고 이야기해 줘요. 고로 "모든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성적인 존재다'라고요.
성교육 첫 시간이다 보니 아이들이 군데군데 키득거리거나 떠들기도 해요. 그럴 때면 성은 장난이나 놀림거리가 되거나, 부끄럽거나 나쁜 게 아닌데 돈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음란물이나 성을 상업화 한 많은 매체들의 홍수 속에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성을 그렇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우리 부모님의 성 속에 건강한 성의 개념이 모두 들어있다고 설명해요. 우리 엄마, 아빠의 몸이 부끄럽고 징그럽니?라고 질문하면 아이들은 모두 정색하며 일제히 '아니요'라고 말해요. 그런데 왜 사춘기 신체 변화에 대해 배울 때 부끄러워하니? 손이 부끄럽지 않고, 코도 부끄럽지 않은 것처럼 어른이 되어 변화하는 우리의 몸도 엄마, 아빠의 몸처럼 부끄러운 게 아니야. 다만 생식기는(여자의 가슴부위 포함) 나중에 어른이 되어 소중한 생명을 만들 아기씨앗이 위치한 곳이니 만큼 소중하게 보호해야 해. 또 내 몸이 소중하듯 친구들의 몸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여학생의 '가슴발달' 설명법은 따로 있어요. 심청전 전래동화를 인용해, 심봉사(아버지)가 심청이를 살리기 위해 일명 젖동냥을 다닌 스토리로 설명하는데, 요새는 엄마의 모유를 못 먹는 경우 분유를 먹이지만 분유가 개발되기 전에는 엄마의 모유가 없다면 아기는 생존이 불가했고, 지금도 모유의 품질을 따라올 분유는 없다고요. 이렇게 온갖 영양, 면역물질이 가득 함유된 모유를 만드는 곳이 여성의 가슴이라고요. 그래서 가슴이 나오는 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설명해 줘요.
2. 성교육 첫 시간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성의 핵심 가치인 '생명, 사랑, 책임'을 화두로 일명 제가 만든 용어인 '공감 성교육' 수업을 하기도 해요.
누구나 생명을 사랑으로 책임져 본 경험은 있어요. 아이들의 경우 터울이 큰 동생을, 교실에서 식물을,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경우도 많고요.
** 생명, 사랑, 책임은 성교육 시간 내내 등장할 단어이고, 그 세 가지가 빠진 성교육은 '팥 없는 붕어빵'과 같고 음란물, 성폭력, 학교폭력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해요. 역으로 생명, 사랑, 책임이 빠진 성은 범죄나 폭력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작던, 크던 모든 생명은 소중해요. 아이들이 직접 생명을 키우고, 돌보아본 경험은 성교육의 궁극적 목적과 닿아있는 매우 소중한 경험이에요. 성교육의 최종 목적은 자신을 사랑하고 잘 돌보며 나를 사랑하듯 타인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성인이 되어 좋은 배우자, 좋은 부모가 되어 자녀를 잘 키우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니까요.
우선 제가 반려견을 키운 경험을 아이들에게 소개해요.(ppt 자료 활용) 저는 지금까지 3마리의 유기견을 반려동물로 입양했고, 지금은 두 마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14살 노견인 새롬이만 키우고 있어요. 강아지 사진까지 ppt에 삽입해 넣고 아이들의 사진 밑에 유기견이 된 추측 경위, 구조 당시 상태, 각각의 성격을 소개해요. 그런 다음 반려견을 사랑으로 지금껏 책임지고 있다고 이야기해요. 아침 저녁 시켰던 산책부터 아파서 병원 데려간 이야기, 마지막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기까지 투병했던 과정까지 소개해요. 그리고 씩씩이가 입양 온 첫날 영상도 동기유발 영상으로 보여줬어요. 아이들은 대부분 강아지를 좋아해서 엄청 집중해서 제 이야기를 들어요.
그런 다음 활동지를 활용해 아이들의 경험을 적어보게 해요.
활동지 질문 문항으로는 생명을 돌보아본 경험이 있는지? 생명을 돌보기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한 행동은 무엇이었는지? 내가 생명을 돌보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답을 적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사랑스러운 생명을 떠올리는지 간간이 미소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활동지의 마지막 문항은 나중에 자라서 '나는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요?'에요.
생명을 사랑으로 책임지고 계신 대표적인 분들이 바로 '부모님'이니까요.(**조부모님이나 기타 가족과 살고 있는 경우를 배려해 꼭 부모님이 아니라도 사랑으로 돌봐주고 계신 가족이 있는 경우도 포함) 아이들은 생명을 사랑으로 돌봤던 경험을 떠올리며 부모님 또는 가족 역시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주고 계셨구나 라며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도 하고, 자신이 실제 부모님에게 바라는 바를 상세히 적기도 해요.
이처럼 아이들이 생명을 돌보았던 경험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배우고, 그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른이 되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바탕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활동지 발표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 교실은 금세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분위기가 돼요. 사랑하는 대상을 떠올리며 미운 마음을 가지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누군가를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는 경험은 결국 내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에요.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있다는 건 때로는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어쨌거나 책임감과 내면의 힘을 기르게 하는 일이니까요.
이렇게 1차시 성교육 오리엔테이션 수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성교육을 시작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