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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Apr 23. 2024

우리 강아지가 달라졌어요.

씩씩이가 떠난 후 새롬이의 달라진 일상

서열상 위였던 씩씩이가 떠난 후 새롬이는 오히려 더 편안해졌다.


둘 다 수컷이라 서열에 따른 위계가 확실했고 덩치도 6킬로인 새롬이에 비해 씩씩이는 7킬로로 더 컸다.

그래서인지 새롬이는 씩씩이의 기세에 늘 눌려 있었던 것 같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롬이가 척추 디스크와 실명으로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서열이 더 심화되었다.

잠을 잘 때도 몸을 한껏 웅크리고 꼬리까지 바짝 말은 채 침대 코너에서만 잤었다. 이런 새롬이와 달리 씩씩이는 천적이 없다는 듯 침대 중앙에서 떡하니 벌러덩 누워 세상 느긋한 수면을 취했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새롬이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웠지만 동물의 세계는 사람이 어찌할 수 없었다.


또 두 녀석의 성격도 한몫했다.

순둥순둥하고 예민하지 않은 새롬이에 비해 씩씩이는 질투도 많고 눈치도 빠르고 더 예민한 기질이었다.

지능도 새롬이에 비해 씩씩이가 더 똑똑했던 것 같다.(새롬아. 미안^^)


여하튼 씩씩이가 떠난 지금은 새롬이가 다시 우리집 서열 최고가 되어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

사실 새롬이의 관점에서 씩씩이는 엄연히 굴러온 돌인데 박힌 돌인 자신이 굴러온 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억울한 9년 세월이었을 거다.


새롬이가 늘그막이라도 눈치 볼 경쟁자 없이 편안해져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일단 씩씩이가 떠나고 새롬이는 수면 자세부터 달라졌다.

그동안 바짝 긴장한 채 웅크리며 자는 모습이 짠해 다리 관절을 부드럽게 펴주려 간간이 마사지를 해주어도 잘 안 펴졌었는데 지금은 온몸을 이완한 채 벌러덩 누워 잠을 잔다.


엄마의 첫사랑 새롬아.

그동안 엄마의 사랑을 씩씩이와 나눠야 해서 많이 서운했지?

늘 한결같이 순하고 호기심 많은 우리 새롬이.

남은 시간이라도 엄마가 그동안 못 준 사랑에 이자까지 붙여서 듬뿍 쏟아줄게.

너만의 속도로 아름다운 세상 곳곳을 탐색하며 편안한 일상을 보냈으면 좋겠어.


우리 새롬이 엄마가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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