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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현 May 13. 2024

자녀 성교육 전 꼭 살펴보세요(실제 성교육 3편)

성교육 어렵지 않아요.

학교에서 성교육하는 교사나 가정에서 성교육 하는 부모님 모두에게 제 글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보건선생님마다 성교육 수업 방식은 모두 다르다.

물론 보건교육과정에 따라 가르쳐야 할 핵심 내용을 기반으로 개발된 보건교과서가 있지만 보건선생님의 재량으로 수업 내용을 얼마든지 재구성할 수 있다.


18년 전 보건교사로 발령을 받고 첫 성교육 수업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나부터 학창 시절 교과목으로 성교육을 배운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하고(중학교 때 가정 시간에 배운 월경 1차시 수업이 전부였음) 20살 성인이 될 때까지 누구도 내게 성에 대해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건교사인 나도 번듯한 체계적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아마 국민학교 저학년 즈음) 호기심에 엄마에게 아기는 어디서 나오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는 대충 둘러대기 좋은, 그리고 여성의 산도와 그나마 가장 가까운 '배꼽' 대신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했다. 순진한 나는 정말 다리 밑에서 주워온 줄 알고(친엄마가 아님을 의심하진 않았지만) 학교 가는 길에 꼭 건너야 했던 하천가 다리의 밑부분을 주시하며 나처럼 다리 밑에서 태어난 아기가 또 있는지 유심히 살피곤 했다.


어린 시절 내내 그 다리 밑 음습한 구역은 미지의 장소이자 신비하고 미스터리 한 장소였다.


그런데 요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수업 중 6학년 학생들에게 부모님께 너희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여쭈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했다는 답변이 여전히 나온다. '다리 밑'은 필시 한민족 대대손손 전해 내려오는 아기 출생의 집결 장소인 듯하다.


학생들의 답변으로 미루어 아마 대부분의 부모세대가 나와 비슷한 성교육 전무 세대인 것 같다.


자녀가 수학, 영어를 물어보면 각 잡고 마주 앉아 잘 가르쳐줄 수 있지만 유독 성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막힌다.


당황한 나머지, 공부나 열심히 할 것이지 왜 그런 걸 궁금해하느냐고 면박을 주거나. 나중에 크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며 얼버무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자녀가 혹시나 인터넷 음란물에 노출된 건 아닐까 지레 걱정하기도 한다.


나는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며 인간의 몸과 건강에 대해 배웠기 때문에 지식 교육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간호학은 인간의 생물학적(신체적) 성 즉 신체의 기능적 측면을 다루는 학문이다 보니  삶 전반을 포괄하는 '성'개념(포괄적 성교육)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고심했던 부분은 성에 대해 말할 때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거나 경직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을까였다.


너무 가벼우면 성을 장난스럽게 받아들일 여지가 있고, 너무 진지하거나 경직되면 자칫 수업 분위기가 얼어붙고 학생들이 성에 대한 호기심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녀나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하기 전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나 교사 자신의 평소 성을 대하는 태도나 성가치관을 먼저 스스로 점검해 보는 것이다.


자칫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해주기 이전에, 이미 성을 대하는 태도(말투. 표정. 목소리와 몸의 긴장 정도 등)로 아이에게 편견이 담긴 답을 건네고 있을 수 있다.


평소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의 미세한 표정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로 학생들은 수업 중 내 얼굴에 작은 먼지가 묻은 것만 봐도 까르르 웃는다.


백지상태로 세상이 주는 자극을 빠르게 흡수하는 아이들에게 나의 가치관이 오롯이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아이들 교육에 선행해 내부적인 가치관 점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이들에게 성은 우리의 삶에 자연스러운 일부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가르치는 자신이 부자연스러운 태도로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진다거나  예상치 못한 당황스러운 질문을 하는 학생에게 큰일이네. 너도 앞날이 훤하다는 식의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면 아이는 자신의 호기심과 질문 자체를 판단하고 의심할 것이다.


또 어른들에게 다시는 성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며 교육적이지 않은 경로로 궁금증을 해소하려 할 수도 있다.


이처럼 부모나 교사가 성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인 성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비언어적 언어로 아이에게 전달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우선 교육 전에 평소 갖고 있던 성 가치관이나 성의식을 쭉 점검해 보자.


그동안 성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는지, 편견은 없는지, 그 생각이나 편견에 영향을 주었던 사건은 무엇이었는지, 성에 대해 호기심이 일어 부모님에게 질문했을 때  부모님의 첫 반응은 어떠했는지, 부모님의 반응을 보고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음란물을 처음 접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당시 성에 대한 느낌은 어떠했는지 등을 상기하며 이제껏 살아오면서 접하고 경험한 성과 성의식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각자의 성에 대한 고찰과 자각을 거쳐 부정적 의식과 편견을 지우고, 모든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성(性)적이라는 대전제 하에 자연스러운 성, 긍정적인 성, 아름다운 성, 배려와 존중의 성으로 가치관을 셋업해야 한다.


그런 다음 차분하게 우리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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