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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 마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홋카이도 유바리

by 어떤 하루

'유바리(夕張)'하면 어딘가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바리 멜론. 그리고 일본 최초 재정 파탄 지역 '유바리'. 상반된 듯한 문구이지만 유바리를 이야기할 때 후자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유바리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탄광 지역으로 189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일본의 근대화와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물적으로 뒷받쳐 왔다. 한편, 유바리를 비롯한 홋카이도 내의 탄광 지역에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혹독한 노동을 강요받기도 한 역사가 있다. '광천이 풍부한 땅'이라는 아이누어에서 유래한 지명답게 풍부한 광산 덕에 한때는 인구 11만에 육박했다는 유바리. 그러나, 1970년대 석탄에서 석유로 에너지 정책에 변환이 일어나면서 탄광 마을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쇠퇴해갔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였다. 탄광으로 발전했던 지역은 탄광이 쇠퇴하자 경제력을 잃게 되었다. 지자체는 '관광'을 타개책으로 들고 나왔지만, 되려 스키장, 테마파크, 기업 유치 등의 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재정은 급격히 악화되고 결국 재정 파탄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바리는 최초의 재정파탄 도시라는 불명예 덕에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까지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지금은 35세의 젊은 정치인이 유바리 시장을 자처하며 고군분투로 힘을 쏟고 있고, 유바리 멜론이나 유바리 영화제 등이 유바리의 브랜드화를 견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용한 도시, 유바리. 유바리에는 탄광 마을로 번영했을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가지런히 자리 잡은 저 건물들은 탄광민들이 생활하던 주거공간이다. 지금은 사는 사람이 없지만,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저 주택들의 규모로 당시의 번영을 가늠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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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화력발전소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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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 하면 화려하게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다 보니 다소 음습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는 발전되고 번영했던 시대에 초점이 맞춰지게 마련이지만, 쇠퇴하고 허름해진 것 또한 그 역사의 연장선이다. 근대화 유산을 애써 아름답게 포장하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바리는 지나간 역사를 본다는 것의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생각이 많아졌기에 유바리의 명물 멜론 아이스크림으로 머리를 식히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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