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시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다가와시에 단풍 명소로 유명한 일본 정원이 있다. 한국보다 단풍이 늦게 피는 규슈. 11월 중순에서야 붉은 단풍이 정원을 가득히 수놓았다.
교라쿠엔. 한자로는 어낙원(魚樂園). "물고기가 즐거우면 사람도 즐겁고, 사람이 즐거우면 물고기도 즐겁다"라는 의미란다. 그만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까이 여겼던 옛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이름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수묵화가 '셋슈'가 중국에서 배워온 산수 기술을 살려 이 정원을 만들었다고 하여 유명하기도 하다. 입구부터 단풍잎 한가득.
건물 내부에서 아름답게 가꿔 놓은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앉아서 볼 수 있게 빨간 카펫까지 깔려있다.
정원 풍경 외에도 내부가 일본 전통 가옥의 구조를 남기고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건물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산책 삼아 걸으면서 울긋불긋한 단풍을 눈에 담아보는 것도 좋다.
단풍도 그렇고, 봄의 벚꽃이나 가을의 금목서 등을 보거나 향을 맡을 때마다 항상 계절에 민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가사를 인용해 봤다.)
항상 달력을 보면서, 지금이 몇 월 며칠인지 신경 쓰면서 살지만, 가끔은 그렇게 알기 쉬운 형태로 정해놓은 시간이 아니라 내 피부로, 숨으로 지금의 시간을 느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달력에서 봤던 '11월 18일'이라는 숫자는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지만, 그날 봤던 단풍이나 가을 냄새 등은 오히려 해가 바뀌고 매년 같은 날이 올 때마다 떠올리게 될 것이다. 가끔은 내 기억과 감성으로 세상의 시간을 재단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