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타 하면 '온천'이 유명하지만 사실 온천 말고도 참 매력적인 지역이다. 우선 산, 바다, 강이 모두 갖춰져 있어 자연 풍경이 아름답다. 오이타는 예부터 규슈의 입구인 후쿠오카에서 오이타를 거쳐 세토나이카이해로 문화가 이동하는 경로에 위치하여 다양한 문화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신불습합(神佛習合)'이라 하여 일본 고유의 종교인 신도와 불교가 융합되어 발전해온 문화가 있다.
솔직히 신사도 절도 잘 모르지만, 오이타의 절을 좋아한다. 왜일까 싶었는데, 산속에 위치한 절들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이 산속에 있는 게 뭐 특별한 일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일본의 경우 주거 지역과 밀접해있는 절들이 많다 보니 절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래서 간혹 산사를 발견하면 비일상적인 공간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뛴다. 게다가 한국에는 산사가 많기 때문에 어릴 때 산에 갔다가 들리던 절에 대한 추억이 소환되기도 한다.
오이타 중에서도 석조 문화가 발달한 구니사키(國東)에는 마애불을 비롯하여 석상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번에는 구니사키는 아니지만 바로 근처에 있는 나카쓰(中津)에 다녀왔다. 산세가 험한 산중에 위치한 나한사(羅漢寺)로 향했다. 645년, 인도의 승려가 이 바위산의 동굴에서 수행했던 것이 이 절의 시작이라고 한다. 오백나한을 비롯하여 3 천구 이상의 석불이 있어, 일본 3대 오백나한의 한 곳으로 알려진 절이다.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데 리프트가 있다고 해서 타보기로 했다. 근데... 살다 살다 이런 리프트를 처음이다. 1인용이라는 것도 참신한데, 말이 리프트지 엄청난 각도로 올라간다... 올라갈 때 그나마 재밌었는데 내려올 때가 진짜 심장 터질 뻔했다. 풍경은 너무 아름다운데 무서워서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고소공포증인 사람은 심장 건강을 위해서 안 타는 게 좋을 것 같다.
절로 올라가는 길목을 지켜주듯 곳곳에 석불들이 보인다. 산중의 절답게 길목 입구에는 '일상을 벗어나는 만큼, 여기서는 카메라, 핸드폰 등 전자기기를 잠시 놓아두세요'라는 문구가 있었다.
역시 산속의 고요한 절과 석상들을 보면 왠지 한국의 시골 풍경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아련하면서도 익숙하고 편안한 기분이 드는 오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