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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하루 May 16. 2019

생각하는 번역

번역을 '잘' 하고 싶다.

일본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벌써 내 인생의 절반을 일본어와 함께 하고 있다. 그중 절반은 새로운 걸 익히는 것에 대한 즐거움으로 가득 찼던 독학 시절과 언어학·문학 이론에 끙끙댔던 전공자 시절이다. 이후 일본 직장에서 주로 통역을 전담했던 시기를 거쳐, 현재는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외부 번역을 교정 보는 사내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이미 일본어가 생활의 일부가 되었지만, 부끄럽게도 '번역'을 의식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부터다. 대학 수업에서 번역 연습을 하기도 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번역 관련 연수를 듣기도 했지만, 외국어를 다루다 보니 번역이란 행위는 이미 의식조차 하지 않게 된 일상의 일부분이었다. 그런데 외국어를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번역'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앞서 말한 '번역'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건 달리 말하면 '번역을 잘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전까지는 일본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행위에만 주목했을 뿐, 번역문이 온전한 한국어가 되었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같이 한국어를 '다듬는' 행위에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 이는 과거의 나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할 줄 안다고 번역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쉽게 놓치는 점이다. 


모국어를 잘 다루는 사람이 외국어에도 능숙하듯이, 번역 또한 마찬가지다. 일한 번역을 잘하려면 원문을 잘 이해하기 위한 일본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어를 잘 다뤄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색한 번역문이나 번역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자연스러운 한국어 구사이다. 일본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잘해야 한다는 것, 이는 번역 일을 하는 내가 영원히 안고 가야 할 숙제이다. 


내 실력과 기량이 여전히 부족해서 매번 번역이 어렵고 고민스럽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조차 나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 같아 한편으론 긴장된다.

그렇지만 모든 발전은 '고민'과 '생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기에, 저번보다는 이번에, 그리고 그다음에 더 나은 번역을 할 수 있길 바라며 가끔씩 번역에 대한 생각을 적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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