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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하루 Jun 12. 2020

마스크 대란 끝?

2020.06.02


걱정과 불안이 가시진 않지만 어쨌든 삿포로의 긴급사태 선언이 해제되면서 6월부터 다시 일상이 돌아왔다. 한 달 넘게 휴업 중이었던 백화점, 쇼핑몰 등등의 영업이 시작되었고 도서관, 미술관 등 공공시설도 재개되었다. 어차피 코로나가 당장 사라질 것이 아니니 이 생활에 익숙해지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현명할 수도 있겠다. 


2월을 끝으로 약국, 슈퍼에서 마스크가 사라졌다. 다행히 예전에 사둔 일회용 마스크가 좀 남아 있었고 한창 크루즈선으로 난리 났을 때 한국에서 가족들이 보내준 마스크가 있었다. 다만 언제 다시 마스크를 살 수 있을지 모르니 일회용 마스크는 물론이고 한국에서 보내준 KF94 마스크는 정말 너무 쓰기 아까워서 면 마스크로 버텨왔다. 효과는 크게 기대할 수 없지만 매일 빨아 쓰는 것도 생각보다 할 만했고 무엇보다 매일같이 약국에 출근 도장 찍으면서 마스크 확인하러 가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런데 5월 들어서서 기온이 오르니 면 마스크는 동풍이 잘 안돼서 점점 숨 막히기 시작했다. 그 무렵 인터넷에서도 조금씩 마스크가 돌기 시작했고 이상하게 약국이나 슈퍼가 아닌 일반 상점(옷 가게, 미용실, 음식점 등등)에서 마스크를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약국과 슈퍼에서도 불편함 없이 마스크를 살 수 있게 되었다. 한때는 50장에 5천엔~만 엔을 육박하던 가격도 지금은 2천엔 대까지 떨어졌다. 확실히 마스크 대란이 끝난 것 같긴 한데 이 찜찜함은 뭐지. 


7장에 400엔 주고 산 일회용 마스크


마스크 대란이 났을 때 정부가 400억의 예산을 투입해서 만든 아베노마스크는 질보다 양, 스피드 중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6월이 되서야 겨우 도착했다. 심지어 크기가 작아서 쓰기 불편한 아베노마스크를 기부하자는 운동까지 있어서 취지는 좋으나... 정녕 국민 혈세를 좀 더 유용하게 쓰는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마스크 주 수급처인 약국보다 먼저 마스크를 입수하여 비싸게 팔던 일반 상점들. 티비에서 보니 코로나로 수입에 타격을 입어 마스크라도 팔아서 가게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상인들의 말도 이해는 가지만 병원에서 마스크가 없어서 1주일에 1장으로 돌려쓰기 할 때 길거리에선 버젓이 마스크가 팔리고 있었다. 정말 필요한 곳엔 없어서 난리인데 한편에선 비싼 값에 팔고 있고 지금은 오히려 남아돌아 가격까지 내려서 팔고 있다. 


2월부터 3개월 남짓 이어진 마스크 대란. 워낙 비축 정신 투철한 여기 사람들은 감기 예방, 꽃가루 알레르기 예방을 위해 원래부터 집에 마스크를 쟁여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고 너도나도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 덕분에(?) 정부 지급 마스크가 없이도(있었지만 없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적으론 대란을 무사히 넘기긴 했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평소 습관이 좋게 작용한 건지 뭔지는 모르겠다. 그치만 다행히 큰일 없이 끝났다며 만사 오케이로 마무리할 일은 분명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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