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하면 가장 먼저 '눈'을 떠올리지만, 나는 단연 여름과 가을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가을의 비에이는 몇 번을 가도 또 가고 싶고, 가을만 되면 생각하는 곳이다. 내가 사랑하는 한국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홋카이도의 풍경도 바로 가을의 비에이이다.
일본에서도 가을 풍경이 아름다운 곳은 많다. 근데 이 뭐랄까, 일본스럽지 않은 풍경은 아마 홋카이도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비에이의 시간으로 시계가 움직일 것 같은 그런 공간이다. 대설 지역이다 보니 눈이 지붕에 쌓이지 않도록 만들어진 삼각 지붕, 동그라미 지붕의 집들이 마치 레고 블록 같다.
끝없이 펼쳐지는 구릉 위에 자리 잡은 집 한 채.
그 어떤 청산유수로도 형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있으련다.
도시의 삶에 지칠 때마다 훌쩍 떠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참 소중하고 감사한 일 같다. 끝없이 펼쳐지는 구릉과 높디 높은 하늘에 마음의 피로를 비워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올 가을에도 비에이에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