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홋카이도의 가을을 담은 '아사히다케'

by 어떤 하루

2015년 어느 가을, 홋카이도의 가을을 느껴보고자 단풍이 아름다운 아사히다케(旭岳)를 찾았다. 아사히다케는 이름에서부터 위엄이 느껴지는 대설산(다이세츠산)을 이루는 산봉우리 중 하나이다. 홋카이도의 단풍 명소이기도 하고, 홋카이도의 어느 다른 지역보다 눈이 가장 먼저 내리는 곳이기도 하다 보니 부지런히 여행을 떠났다. (9월인데 벌써부터 눈 걱정을 해야 한다니... 정말 너란 홋카이도)


IMG_6748.JPG?type=w966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서 고추잠자리도 한적하게 계절을 즐긴다


때는 바야흐로 일본의 실버 위크라고 불리는 가을 최대 연휴 기간이었다. 그렇다. 모든 홋카이도 사람들이 여기 다 모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각한 교통 정체에 휘말렸다. 아사히다케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굽이굽이 산을 넘어 올라가는 길이 그야말로 올라갈 수도, 그렇다고 차를 돌려 내려갈 수도 없는 샌드위치 정체 상황이었다. 나야 교통 체증 쯤이야 익숙한 도시여자지만, 남는 게 땅덩어리인 홋카이도에서 나고 자란 남편은 '교통 체증이 먹는 건 가요?'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길이 막히는 걸 잘 못 참는다. 면역이 없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그런 남편을 잘 타일러가며 아마 2시간이었을까? 오랜 기다림 끝에 주차장에 진입했다. 드디어 케이블카에 탑승!

IMG_6756.JPG?type=w966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기다림 보람이 있다. 몽글몽글한 단풍들이 참 귀엽기도 하다. 아... 근데 깜빡했다. 여기 홋카이도지...너무 춥다. 그나마 우비로 가져간 겉옷이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다. 9월을 늦여름쯤으로 생각하는, 반팔 반바지로 홋카이도를 찾은 도회지 사람들은 아마 교통 정체에 지루했던 몸속 신경이 홋카이도 추위로 마구마구 깨어났을 것이다.




IMG_6763.JPG?type=w966
IMG_6768.JPG?type=w966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편하게 돌아볼 수 있다. 매서운 산 바람과는 달리 단풍이 아직 조금 이렀기 때문에 약간 아쉬웠지만, 그래도 풍경이 아름다우니까 괜찮아. 2시간 기다려서 겨우 올라왔는데 암 괜찮고 말고.


하이라이트는 이곳이 화산 지대임을 제대로 인증해주는 연기이다.

IMG_6767.JPG?type=w966
IMG_6770.JPG?type=w966


역시 산답게 갑자기 날씨가 흐려졌다. 아니 방금까지 파란 하늘 뭉게구름이었는데, 누가 보면 다른 날에 다시 가서 사진 찍은 줄 알겠네. 같은 날, 같은 공간 맞습니다.

IMG_6773.JPG?type=w966


수증기를 한껏 머금은 구름을 보니 불길한 예감이 들어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정확히 우리가 이곳을 방문한 지 일주일 뒤에 아사히다케에 첫눈이 오기 시작했다. 그 말인즉, 올해는 더 이상 이곳을 못 간다는 이야기이다. 아사히다케를 제대로 즐기려면 산책로가 아니라 산을 올라야 한다. 다만, 등산 사고가 빈번할 정도로 만만히 보면 안 될 산이기도 하다. 특히 가을과 겨울의 경계가 애매한 홋카이도에서는 더더욱 가을 등산은 주의가 필요하다.


IMG_20150921_162643.jpg?type=w966

교통 체증에 불필요한 감정을 소비한 우리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사히다케의 산봉우리와 높은 하늘, 붉은 단풍은 아름다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역사가 있고 인정이 넘치는 마을, 오키나와 나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