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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이어지는 터널, 오키나와 후쿠기 가로수길

by 어떤 하루

여름의 막바지에 떠난 오키나와 여행. 원래는 오키나와 본토에서 좀 더 떨어진 이시가키섬과 다케토미섬에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참 하늘도 매정하시지, 여행날 하루 전에 홋카이도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공항이 폐쇄된 상황에서 비행기가 제때 뜰지, 그보다 더 공항까지 가는 철도가 복구할지 어느 하나 확신이 없었다. 게다가 언제 또 여진이 올지 모르다 보니 맘 편히 여행 갈 상황이 아니었다.


울며 포기했던 여름휴가. 이번 여름은 다시 여행 가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어찌어찌 날짜를 다시 맞춰서 짧게라도 오키나와 본토를 여행하기로 했다. 지난 여행 때 못 갔던 곳을 둘러보는 정도로 하고 큰 욕심 없이 계획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태풍과 한 몸이 되면서 역대급 추억(?)을 만든 여행이 되었지만.

하늘은 이런 우리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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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크게 남부, 중부, 북부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오키나와의 한적한 시골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북부가 좋아서 이번에도 북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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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공항에서 고속도로로 1시간 남짓 달리다 보니 벌써 북부 도착. 전에도 느꼈지만 섬이라서 그런지 고속도로가 붐빌 일이 거의 없다. 굳이 고속도로를 타지 않아도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어서 그런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현지인보다는 거의 관광객인 듯싶었다. 게다가 오키나와 사람들은 섬나라 사람들 특유의 여유로움이 몸에 배어서 그런지 고속도로 체질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오키나와에 왔으니, 소키 소바는 먹어줘야지. 보통 일본 본토에서는 여름엔 주로 냉소바이나 냉우동을 먹지만, 오키나와는 남국답게 이열치열! 뜨뜻한 소바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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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게는 특이하게도 면이 넓적하고, 육수가 따로 나와서 취향이 맞게 직접 국수에 부어 먹는다. 소바 위에 올려주는 양념이 저민 돼지갈비가 진짜 취향 저격이다. 심심한 국물과 짭짭한 돼지 고기가 금상첨화이다.


배도 채웠겠다, 바로 다시 출발. 언제 태풍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일 먼저 '꼭 가고 싶은 곳'을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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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바로 지난 여행 때 아쉽게 포기했던 비세의 '후쿠기 가로수길'이었다.


바닷가에 위치한 주택가에 많은 나무들로 터널이 이뤄진 곳이다. 강한 바람을 맞기 위한 방풍림으로, 바람과 태풍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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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좀 찍는 분들은 인생샷 건질 수 있는 아우라를 풍기는 나무 터널. 남편과 나는 오늘도 경쟁하듯 풍경 사진만 열심히 찍는다. 나중에 보면 결국 그 사진이 그 사진일 걸 알면서도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나무 터널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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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다닐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바다 바람맞으면서 천천히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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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좀 식히고자 후쿠기 앞에 위치한 스무디 가게로 향했다. 오키나와의 존재감 뿜어주는 드래곤 후르츠&소이바나나 스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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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기 산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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