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상자는 고양이들의 최애 숨숨집이다

나의 사전 100_ Day 10.택배상자

by 수인살롱

택배상자는 고양이들의 최애 숨숨집이다


사람은 시킨 물건이 제대로 왔는지 기대감을 잔뜩 안고 택배상자를 뜯기 바쁘다. 그 옆에는 택배상자의 낯선 냄새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상자 주위를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 두마리가 있다. 물건을 꺼내고 나면 재빠르게 택배상자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두마리가 조용한 눈치 작전을 펼치다가 더 재빠른 놈이 상자를 차지한다. 멋지고 좋아보이는 숨숨집이 있어도 택배상자는 고양이들의 최애 숨숨집이다. 아무리 좋은 숨숨집이 있어도 자기들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다. 편안함을 느끼는 고유한 포인트가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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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운동을 배우는 것이 그랬다. 남들 눈에 좋아보이는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재미 있지도 않고 실력이 늘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시작한 수영은 내 몸에 딱 맞는 운동이었다. 고급 장비와 멋진 옷을 차려입고 푸른 잔디를 밟으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골프의 그럴듯한 멋져보임이 나에게는 그저 힘든 노동의 시간이었다. 동네 수영장에서 한달 이만오천원으로 회원권을 끊어서 혼자 하는 수영이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남의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을 배우는 것 보다 나에게 맞고 내가 진짜로 좋은 것을 찾아 배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나는 택배상자를 고집하는 고양이들의 확고한 취향을 보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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