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밤 11시. 밀린 빨래를 돌린다. 남자들은 집에 있어왔다.
밤 10시52분
세탁기가 탈수중인 소리를 왼쪽 귓가에서 낸다.
달달달달.
퇴근후 귀가 시간 10시 30분.
오자마자 욕조에 물을 받고 다 벗고 들어가려다가 밀린 빨래와 텅텅 빈 밥통에 밥을 앉혔다.
띠리리리 아빠다.
아, 다 벗었는데 급하게 돌리지 않은 흰수건을 주워서 대충 몸을 가린다.
왜 옷을 입지도 않은채 청소를 하냐고 가벼운 농담 같은 핀잔을 준다.
생각해보니, 내가 왜 옷조차 입지 않고 이러고 있을까?
우리 집에 집안일을 하는 사람은 딱 2사람 이다. 엄마와 나. 철이 들었는지 혹은 당연히 엄마가 한다는 그 프레임이 싫었는지 집안일을 요즘 내가 도맡아 하려고 한다. 아픈 엄마가 하는 것이 보기 싫었다.
아픈 아빠는 가만 있는데, 왜 아픈 엄마는 집에서 까지 발버둥일까?
여튼,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렇게 다 벗고 집안일을 대략 끝낸 후 목욜을 하고 나왔다.
아빠 밥은요?
나도 저녁 안먹었지만 아빠의 저녁을 물었다.
챙겨주어야 하니깐.
다행히 밖에서 먹었다고 하신다.
다행이다. 내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났다..
취침 시간까지 2시간 남았다. 30분 줄어들뻔 했다.
지금은 다된 밥을 푸슬리라는 쿠쿠의 울음대로 그리고 그 울음을 똑같이 복사해서 나에게 굳이 한번더 언급하는 아빠의 말대로 밥을 다 푸슬리고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왼쪽 귓가에서는 빨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듣긴다. 곧 다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아, 결혼을 한다면 그때도 이때쯤 하루를 마치고 눈이 맞아 섹스를 한 후 빨래는 내가 돌리고 널겠지.
라는 끔찍한 디폴트가 내 숨통을 조여왔다.
띵동 소리가 5번 울렸다. 나는 빨래를 널러 가야겠다.
지금이나 섹스 후에나 이건 내가 할일 이라고 다수가 은연중에 생각하니깐.
숨막힌다. 미세먼지 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