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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곧을 정 Feb 25. 2020

코로나가 엄마를 드디어 쉬게 해주었다.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어서.

코로나 사태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내가 사는 대구는 31번 감염자 이후에 기하급수적으로 감염자가 증가했고, 대구의 번화가들은 정말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일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은 마트 였다. 대중교통, 도로, 가게, 인도 위에는 사람 하나 찾기 힘들다. 언제 이렇게 사람들이 질서를 잘 지켰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대중교통에서도 절대 어깨빵을 하지 않고 말소리는 거의 내지 않으며 정열된 삭막함을 보여주었다.


엄마와 통화하던 중 내일부터 일주일동안 시장문을 닫으라고 공지가 내려왔다고 한다.

엄마는 30년간 서문시장에서 자영업을 하시고 있다. 

30년간 여러 전염병이 돌긴 했었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셧다운을 하게 한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면서 수화기 넘어 이런 엄마의 말이 들려왔다.

"코로나가 심각하긴 한가보다. 이렇게 문을 닫으라 하네. 그나저나 엄마는 한번도 쉬어본적이 없는데 뭘 해야 되노?"

그 말이 나는 생선의 작은 가시 처럼 머릿속에 걸렸다.

엄마의 출근 패턴은 이렇다.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 가량 출근에 나선다. 그리고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8시즘 되는 것 같다. 엄청 빨리 오는 날은 7시 언저리 이고 그마저 운동이 있는 날 그렇게 서둘러 오는 것 같다. 

그렇게 주 6일을 일했다. 직장인들은 워라밸을 외치며 주5일제를 실시한지가 옛날일인데, 시장은 그렇지 아니한가보다. 그나마 최근에서는 격주로 돌아가며 토요일은 쉰다고 했다. 점포를 구역별로 나누어서 몇 점포만 문을 열어서 주말에 몰아주는 체제로 바뀌었다고 한다.


참 그렇게 보면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한달에 두번만 쉬었던 것 같다. 미친짓인것 같았다. 나도 사회생활을 조금이나마 해본 사람으로서 한달에 두번 쉬라고 하면 참 힘들겠다는 생각보다 몸이 그냥 아작날 걸 아니깐.


그런 엄마에게 나는 아프면 좀 쉬라고, 매번 이야기 했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약을 세네봉지정도 털어놓고 일을 나가는 사람이었다. 직장인들은 월차를 끼여 내서 여행이라도 갈 때 엄마는 계속해서 묵묵히 가게 셔터를 올리고 일을 했다. 그나마 작년부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가족들끼리 명절에 여행을 가곤 했었다. 

사실 그것 마저 엄마가 세상에 태어나고 나서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였다. 


그런 엄마를 생각하니 수화기 넘어서 들리는 저 말 한마디

"한번도 쉬어본적이 없어서"

이 말을 멋쩍게 웃으면서 말하는 엄마의 말이 참 가시처럼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분명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고 가족의 건강도 걱정이 되고 경제적인 문제도 걱정이 되는 모든 걱정거리들이 있지만 엄마의 그 한마디가 나의 모든 걱정들을 마치 산적꼬치에 꼬챙이 처럼 나의 마음을 찔러주는 기분이었다.


사실 어디 놀러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그마저도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엄마의 30년 한평생이 밉다.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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