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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소로 Jan 03. 2024

두려움에 대한
그다지 좋지않은 문장들

아마도 내내 두려웠고 지금도 두려운건 기회를 잃을까봐서다. 너무 늦어서, 굼떠서 정거정에 다다르기전에 기회가 떠나버릴까봐 두렵다. 기회가 눈앞에 있는것 같은 순간에는 그것도 잡지 못하는 바보가 되고 말까봐 두렵다. 참 두려운것도 많다 싶지만 그렇게 어느정도 졸보가 되어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는게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사실 문장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은 굳이 하지 않을게 분명하다. 긍정적인 생각은 억지로 남을 의식해서 이따금씩 하는 일에 가깝다. 그렇게 단정하고 싶진 않지만 가능한 깔끔한 문장형을 유지하기 위해 단정으로 마치기로 한다. 


기회를 잃을게 워낙 두렵다보니 마음속으로 쫓기기 마련이었고, 그 대가로 여러번 다양한 형태의 대가를 치러왔다. 때로는 퀄리티가 말그대로 바닥을 치는 결과물도 시간 제한이라는 핑계로 이정도면 그래도 괜찮다며 타협한건 일상다반사였다. 정말 중요한건 사람을 여럿 잃었다는 것이다. 이런건 이런곳에 쓰기가 민망할만큼 저지르기도 민망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그런 민망한 행동을 반복해온게 사실이다. 언제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기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잃은건 그것 뿐만이 아니다. 


타인을 잃는것도 큰 상실이지만 정말로 큰 상실이라면 나 자신을 잃는 것이다. '나 자신'이란 말과 함께 스멀스멀 진부한 자기반성이나 명상의 분위기를 담은 글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게 나 자신의 생각이라면 그걸 쓸 수밖에 없고 써야만 하는게 아닐까 한다. 역시 민망하리만큼 많은 글을 써올리는건 어쩌면 그런 연습의 일환인지도 모르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도 내가 내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습 말이다. 보통 나는 주변에 타인이 있을때 그 환경에 따라 꽤나 다른 사람이 되곤한다. 생각도 적당히 얼버무리고, 뾰족한 견해도 때에따라 둥글게 둥글게 뭉게기도 한다. 


사실 그런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다보면 나 자신이 점차 희미해져가고, 끝끝내 나라는게 애초에 있었는지도 알수 없게된다. 그걸 멈추기 위해서 여행을 시작한거라면 처음의 마음을 잃어선 안되겠다. 설사 나 자신의 생각을 쫓다가 번듯한 기회를 놓쳐버리는 한이 있어도, 그게 정말로 멍청한 짓으로 드러난다 해도 나는 나 자신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쫓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도 늦었지만 지금 그렇게 내 생각을 세계로 던져보지 않으면 나중에는 늦은 시도조차 못하게 될 것이다. 맙소사, 이렇게 추상적인 글이라니... 아무것도 아닌 글이 되고 말았지만 그게 내 머릿속에 있는 문장이라면 밖으로 써낸건 잘한 일이다. 나쁜 글을 밖으로 퍼내는건 타인에겐 해롭지만 이렇게 조용히 퍼내는건 그래도 큰 민폐는 아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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