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카페

퇴사 후 일상

by 뚜작


Day 81


병원에 오는 날이면 오전 시간은 온전히 병원에서 보낸다고 생각해야 한다.

매번 기본 대기시간이 1시간은 되는지라 가급적 이른 시간에 예약을 하고 오는데, 오늘은 이미 이틀 전에 전화로 오전 일찍 진료가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 교수님이 오전에 회의가 있어서 첫 타임 예약환자들을 다음 타임으로 미루는 연락이었다. 게다가 와도 대기시간이 길거라며 미리 알려주시는 간호사 선생님의 ‘교수님 대기시간… 아시죠?’라는 말에 ‘네..’ 밖에 할 말은 없었다. 어쩔 수 없으니 그저 오늘은 평소보다 1시간 더 자고 출발해도 되잖아. 럭키- 하며 조금 늦게 진료 보는 것에 대한 좋은 점을 생각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은 비가 안 온다는 점이다. 요 몇 달 동안 희한하게도 내가 외래를 오는 날이면 꼭 비가 왔다.

레인부츠에 장우산. 병원 가는 날이면 함께하는 것들이다.

비 오는 날 이른 시간에 만원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넘는 거리를, 그리고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또다시 버스로 환승하는 일 등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하는 것에서부터 빗물이 가방이고 옷이고 신발이고 다 묻어있고, 주변은 온통 습하니 찝찝함은 자동으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무튼 오늘은 비 예보도 없었으니 평소보다는 가볍게 갈 수 있었다. 오늘도 1시간여를 기다리고 진료를 끝낸 후, 오랜만에 먼 길을 나온 날이니 혼자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이 동네에 오면 내가 좋아하는 코스가 있는데, 진료 후에 혼밥, 그리고 카페에 가는 것이다.

서점 안에 있는 카페는 전체 테이블 중 90%는 1인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곳이 참 좋다. 서점 안이다 보니 시끄럽지도 않고, 뭔가 더 집중되는 기분이기도 하다.

그동안은 매번 책이 시선에 들어오는 자리에 앉았었는데 오늘은 유독 창문 앞자리가 비어있어서 이곳에 앉아보았다.

창 밖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책을 읽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오늘 비가 오면 참 좋았을 텐데.‘


창문 너머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초록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비 오는 거리를 바라보며 마시는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떠오른다.

갑자기 오늘 비가 안 온 것이 무척이나 아쉬워진다.

비 오는 날 이 카페를 방문했을 때마다 창가자리가 가득 차 있던 건 아마도

다른 이들은 비 오는 날 이 카페의 매력을 먼저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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