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적응완료

퇴사 후 일상

by 뚜작


Day 2


이 놈의 신체리듬은 어찌 그렇게 빠릿빠릿한지.

하루 만에 몸이 백수의 삶에 적응한 듯하다. 내가 어제 한 거라곤 오전 필라테스, 집 와서 먹고 눕고 책 읽고, 가만히 앉아서 강의 듣고, 이게 전부인데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몸이 도무지 침대 위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이건 정말 힘들어서 못 일어나는 거지 게을러서가 아니다. 실제로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이 아프기 때문이다.

어쩌면 난 회사생활을 하는 내내 긴장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야 그 긴장이 풀리며 그동안 아프지도 못했던 게 한 번에 찾아오는 걸까.


병가로 일을 쉬게 되고 결국 퇴사로 이어지는 동안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이제 곧 3개월이 된다.

그렇다면 난 일을 쉰 지 2일 차가 된 게 아니라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근데 왜 난 2일 차라고 착각하고 있었을까? 어쩌면 그러고 싶던 게 아닐까.

그럼 이제 게을러 있을 시간이 없다. 3개월이란 꽤 긴 시간이고 난 이 시간 동안 꽤 푹 쉬었다.


집안일은 정말 끝이 없다. 누군가 집에만 있으면서 뭐가 바쁘냐고 할 때 발끈하는 답변들을 종종 봤었는데, 그 답변들에 매우 공감하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 주부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다면 난 주저 없이 꿀밤이라도 때려줄 예정이다. 청소기는 매일 돌려도 티가 안 나고, 빨래가 이렇게 자주 해야 하는 건지도 몰랐다. 테이블은 잠깐 돌아서면 언제 닦았냐는 듯 새로운 얼룩이 인사를 하고 모든 가구, 틈새 등 심지어 벽에도 먼지가 쌓인다고 하니 쉴틈이 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정신없이 집안일을 끝내고 나면 밖이 어두워지고 저녁준비할 시간이다. 집에 계시는 엄마, 아빠, 또 다른 누구, 아무튼 주부들은 어떻게 매일 이 일들을 해내는 걸까.


이번에는 중간에 현실과 타협하는 일 없이 작가가 될 때까지 어떻게든 써보겠다는 마음으로 백수의 길을 선택했는데,

언젠가 집안일 덕분에 글을 못썼다는 핑계를 대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 이제 저녁밥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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