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3
온 세상이 다 같이 나를 흔드는 걸까?
아침에 필라테스를 끝내고 바로 카페로 왔다.
나름의 오늘부터는 뭔가 다르게 하루를 보내겠다는 의지였다. 나는 뭔가 명확한 결과가 있는 행위를 선호한다. 글을 쓰는 것이 유독 힘든 이유다.
계속 생각하고 적어야 하는 일에서는 명확한 결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뮤지컬 조연출로 일하면서 내 작품을 준비할 때도 그러했다.
노트북 앞에 앉아 한글자도 못 적는 날도 허다한데 그럴 때면 하루를 버린 기분이었다.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는 생각하고 대사를 썼다 지웠다 몇 번을 반복하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으니 허탈했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글을 쓰는 행위를 시작하는 요즘이 여간 쉽지 않다. 내가 요즘하고 있는 행위는 강의, 영어공부, 독서, 작가 준비로 나눠지는데 그중에서도 작가 준비가 가장 뜸하게 되는 이유다. 나머지는 확실한 결과물이 있다. 강의는 진도가 눈에 보이고, 영어공부도 내가 공부한 페이지와 머리에 남는 한두 문장이 있고, 독서는 얼마나 읽었는지 페이지 수로 확실히 표현이 된다.
그래서 오늘 바로 카페로 나온 것이다.
자꾸 결과가 눈에 보이는 행위들을 먼저 끝내다 보니 늘 작가 준비는 뒤로 밀리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끝나버리곤 했다.
오늘은 기필코 작가 준비에 시간을 더 할애하겠다는 의지로 다른 것은 배제하고 딱 키보드를 연결한 아이패드만 들고 나왔다.
그런데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음악이 내 마음을 흔든다.
내가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하기까지 가장 큰 걸림돌은 정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몇 년간 같은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꽤 정이 쌓였던 모양이다.
그 프로젝트를 놓기도, 거기서 배제되기도 싫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평생을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마음을 단디 먹고 두 손을 놓았는데,
오늘도 시작 전부터 들리는 게 아닌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면 늘 내 플레이리스트는 그 그룹의 노래로 채워졌다. 그러면 온전히 내가 그 팀에 속해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프로젝트를 끝내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플레이리스트를 리셋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평생 놓지 못할 것 같았다.
여전히 일상에서 음악을 마주한다.
언제쯤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