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1
난 오늘도 선택을 했고, 짝꿍은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를 마주하고, 스스로 선택하며 나아간다.
모두에게 선택의 기회가 오지만, 누군가는 수백, 수천 개의 선택을 하고 누군가는 한자릿수의 선택에 그칠지 모르지만,
어차피 뭘 선택하던 후회는 있다.
작년, 무더위가 선선한 바람에 밀려날 즈음 내 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마주했다.
그동안 일을 계속하다간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지 모르겠다는 괜한 걱정을 한 적은 있지만 육체적으로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걱정은 없었다.
그렇게 인생에 또 한 번의 선택을 마주했다.
당장, 수술할 것인가?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몇 개월 뒤에 수술할 것인가?
그렇게 일이 싫다고 매일 퇴근 후에 투덜대던 나에게는 쉬운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난 후자를 선택했다.
다시 못 올 이 시기를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어쩌면 육체적 아픔이라는 것을 처음 마주해서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후자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선택을 통해 내가 좋아하던 일을 (일은 확실히 좋아했다, 그 상황과 일 외적인 것들이 꽤 자주 미친 듯이 싫었을 뿐) 마지막까지 마무리한 후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은 생각했던 것보다 금방 지나갔고, 수술 후의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 힘겨웠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과 그동안의 체력이 수술과 동시에 다 사라진 듯 껍데기가 된 몸뚱이.
요양하는 동안 그다음의 선택이 다가왔다.
복직과 퇴사 사이.
나에겐 꽤 쉬운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아픈 걸 알기 전부터 작년까지만 해야겠다고 늘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더는 내 정신이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고, 결국엔 육체적 증상으로 나타났지만 말이다. 그런데 선택해야 하는 디데이 하루 전, 아니 선택의 말이 나온 그 직전까지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세포들이 뛰어다녔는지 모른다.
뭘 선택해도 후회할 것만 같은 확신에, 미친 듯한 고민의 연속이었다.
허무맹랑한 미래를 꿈꾸며 어느 쪽의 선택이 내 미래를 더 멋지게 할까도 상상해 봤고,
빈 종이에 선택별 장점을 적어보기도, 단점을 적어보기도 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누가 좀 대신 선택해 주면 안 되나?
그래서 챗 GPT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검색도 해보고 친구들, 지인들 등 수없이 물어보지만 결국 선택하는 건 내 마음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생각이 그 선택이 아니라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으니.
문득 지나온 나의 선택들이 떠올랐다.
멀쩡히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서울로 무작정 올라오는 선택을 했던 때,
몇 년만 지나면 높은 자리에 오를게 분명한데 창작을 하겠다는 이유로 사직서를 선택했던 때,
그렇게 선택한 창작활동을 외면하고 다시 어딘가에 소속이 되었을 때,
심지어는 일상 속의 선택들도,
라면 개수를 고민하다가 혼자 2개를 끓였을 때,
우산을 챙길지 말지 고민하다 빈손으로 가볍게 외출했을 때,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있었다.
그래, 뭘 선택하던 후회는 있다.
내가 내일부터 또 어떤 후회를 머릿속에 떠올릴지 뻔히 보인다. 하지만 그 반대의 선택이었어도 후회는 따라왔을게 분명하다.
세상에 수많은 선택의 기로를 마주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될 미래의 나에게 남기고 싶다.
벌어질 일은 벌어지고, 무엇을 선택하던 후회는 있다.
후회는 선택의 짝꿍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