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를 꿈꾸며

퇴사 후 일상

by 뚜작


Day 48


어울리지 않게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꽃‘이다.

꽃을 선물 받는 것도 좋지만 선물하는 걸 더 좋아한다. 간혹 꽃시장에 가서 쇼핑 후 혼자 집에서 다듬고 꽃병에 꽂아두기도 한다.

가끔은 혼자 미니 꽃다발처럼 만들어보기도 하는데, 회사동료나 친구들에게 선물하면 기분이 더 좋곤 했다.


집을 이사하면서 꽃시장과 거리가 꽤 멀어졌는데, 한번 마음을 먹고 나가기가 영 쉽지 않다.

신문지에 감싸주는 그 꽃 뭉치들을 들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기도 버겁기에.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돌아오는 길이 두렵다니 이건 뭐 가기 싫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매일 동네를 걸을 때면 유독 꽃집들에 눈이 간다. 특히나 눈에 보이는 꽃집들이 꽤 많은데, 이 동네 꽃집의 특징이라면 꽃다발 용 꽃보다는 모종이 많다.

꽃집 앞에 내어있는 것들을 보면 대게 상추, 고추 등의 모종인데 얼마 전에는 파프리카 모종도 발견해서 ‘오? 파프리카도 심을 수 있구나.’하며 입 밖으로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모종들을 볼 수록 지난달에 떨어진 텃밭이 자꾸만 떠오른다. 아니, 모종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텃밭을 볼 때마다 계속 떠오른다.

구청에서 일 년에 한 번 텃밭이용자를 모집하는데 일정이 뜨자마자 신청하고 나름 기대도 했지만 똑 떨어졌고, 결국 내년에 다시 공고가 뜰 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텃밭이 되었다면 지나가면서 나와 눈을 마주하는 저 모종들을 바로 데려올 수 있었을 텐데…

먹자골목 사이사이를 산책하는 것이 아닌 텃밭까지 갔다 오는 일이 나의 일상이 되었을 텐데…

직접 키운 깻잎, 고추, 바질 등을 수확해 먹으면 더욱 맛있었을 텐데…

당첨자 들은 4월부터 텃밭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미 길을 지나다 보면 텃밭들에 상추 등이 꽤 자라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그리운 나의 텃밭(있던 적도 없었는데 대체 왜 이렇게 그리운지 모르겠다.)


분명 다시 텃밭 공고가 뜨고, 접수하고, 당첨될 때까지 모종을 보면 같은 생각이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는 부지런히 자급자족하는 도시농부가 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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