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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YSTAL KIM Jan 08. 2020

부가세 별도 혹은 포함처럼 알 수 없는 노동 값


그림은 @kr2stal_kim




내 친구 J는 최근 마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어지간한 손님에 대해서는 도가 튼 그녀였지만 이번엔 많이 속상했는지, 어지간해서는 풀어놓지 않는 진상 일화를 털어놓았다.

"나는 오늘 쌍욕을 먹었다."
"누가, 왜 너한테?"
"손님. 줄이 기니까 하루에 한 두 명 꼴로 있긴 하거든."

하루에 한 두 명이나 있다니! 사실 나는 J의 말을 듣고 좀 많이  놀랐다. 그게, 사소한 말투에도 곧 잘 상처 받아서 기분이 개똥이 되던데 하루에 한 두 명 꼴로 직접적으로 쌍욕을 듣는다니. 나 같으면 못 버텼다 싶은 생각이 솔직히 들었다.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괜찮은지 많이 걱정되었다.

J는 늘 다름없는 그녀의 성격대로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폐점이라서 문을 닫으니까, 그땐 직원이 많이 없거든. 근데 오늘은 진짜 심하더라. 보통은 짜증을 많이 내 거든. 아니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니에요? 혹은 점장이라도 나와서 일을 해야지 이런다거나 아이스크림이 다 녹았겠네 이런 거 말이야.
근데 오늘은 진짜 쌍욕을 하더라고.


(험한 욕) 지금 장난치냐면서 뭐 하자는 거냐고.
(또 욕) 줄이 뭐 이렇게 기냐고. (완전 욕) 여기가 무슨 맛집이냐고. 계산을 (더한 욕) 빨리 하던가 아니면 무인 기계라도 들이던가(심한 욕).  장사 잘되는 마트도 아닌데 하면서 윽박지르더라고."

" 무인기계 있어도 그리로 안 갈 거면서. 진짜 정신이 병들지 않고서는 내뱉을 수 없는 말이고, 행동이야. 그래서, 너는 괜찮아?"

"사실은 자주 있던 일이었는데, 너무 생생하게 욕을 들어서 순간에는 당황했는데, 생각보다 타격은 없네. 그 순간에는 사람이 많으니까 얼굴도 벌게지고 했는데, 지나가니 그냥 웃겨."

"그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나. 난 아직도 누가 윽박지르면 두근거려."

"집안 경사 치르는데 윽박지를 일이 생기냐?"

"그냥 뭐, 잘 좀! 해주세요. 어려운 거 알지만 부탁 좀! 합니다, 하면서 매사에 협박 투라고 해야 하나.

 가능한 거 아는데 하면서 그냥 모든 상횡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더라고. 작은 거에도 진짜로 막 소리치는 경우도 있고, 예식날에 말이야. 괜히 말에 잘 상처 입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아직 의연하지 못한 것 같아.
평생에 한 번이니 이해해야지 해도 가끔은 너무 크게 상처야. 한번 그러고 나면 일주일은 잠을 잘 못 자. 근데 화내는 사람한테 너는 뭐라고 했어? 죄송하다고 했겠네 그냥."

"어. 맞아. 내가 계산하면서 엄청 죄송하다 죄송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했어.  나중엔 뒷사람이 눈치 주니까 아가씨 보고 뭐라 하는 거 아니라면서 하더라고. 웃기지. 누가 봐도 저보고 화냈는데요? 해주고 싶었지만 어쩌겠어. 죄송하다는 말 말곤 할 말 없지."

"맞아. 직원으로서는 죄송하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어. 무릎이라도 꿇어야지 뭐. 돈으로 고용되어 있는 상태니까, 어쩔 수 없지. "

"맞아. 같이 구린 표정으로 일해서 어쩔 거야. 돈 받았으면 돈값해야지 뭐. 8590원. 시급에 그것도 포함이다."

" 안타깝게도 그렇지. 시급 8590원에는  부가세 별도 혹은 포함처럼 알 수 없는 노동 값이 포함되어 있지. 그건 참 서글픈 것 같아. 그 서글픈 노동 값에 대한 건  스스로 선택한 건 아니었잖아.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근로계약에 명시되어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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