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J와 K를 만났다. J와 K는 나의 오래된 친구로서, 서로의 청소년기부터 지금의 질풍 노동기까지를 함께해온 인생 동반자라고 할 수 있겠다. 워낙 오래 봐온 사이라서 오래간만에 만나면 이야기의 주제도 여러 능선을 넘나들곤 한다.
직장에서의 부당했던 일이나 열 받아서 몰래 책상을 내리칠 뻔했다는 이야기, 최근의 소개팅 이야기, 그때 그 강동원을 닮았던 동기는 잘 지내냐는 이야기, 지나가다가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근데 그 애 이름이 뭐더라 등등 하여간 이야기의 주제는 종잡을 수가 없지만 무척 즐겁다.
이 친구들은 밴드부에서 활동도 했었는데 한 명은 노래를 굉장하게 잘하고, 한 명은 드러머였다. 둘 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만나면 늘, 마지막은 노래방으로 향한다.
곡의 취향이 비슷하니까, 이거 이거 불러줘 하면 곧잘 불러주는 K와 세기말 감성의 최고봉 J와 함께 한다면, 노래 부르길 부끄러워하는 나도 금세 흥겨워진다.
선곡은 대체적으로 그 시절에 유명세를 탔던 노래들이 주를 이루는데, 중간중간에는 굉장한 노래들도 툭툭 튀어나온다. 그리고 J의 최근 취미는 피아노 연주인데 최애 곡은 시대를 초월한 마음이다. (시대를 초월한 마음은 만화영화 이누야샤에 사용되는 삽입곡 중 하나다.) 많고 많은 곡들 중에서 시대를 초월한 마음이라니. 이 친구는 역시나 대단한 친구다.
일 년에 두어 번 정도 보면 많이 보는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몸은 멀리 있어도 그 마음은 늘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