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님은 뭐하러 쓸데없이 공부를 해요?" "웨딩플래너 박사 하면 누가 알아주나?" "아깝게 왜 그런 곳에서 그 일을 하고 있어요" 자주 듣는 질문들이다.
내 청춘을 바치고 있는 이 직업의 이 업계는 녹록지 않다. 진입 장벽은 낮지만, 네가 이 삶을 영위하기란 어려울걸? 하는 느낌이다. 정규직이되, 정규직이 아닌 고용의 형태들. 그리고 매일 매주 새로운 형태의 관계들과 예약되어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와 사례를 맞춰야 하고 다양한 케이스 들을 마주 하게 되는데, 유명인도 아닌데 어디선가 굉장하게 노출되는 삶을 살게 된다. 00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던데, 00님은 이렇게 진행한다고 하던 데부터, 인스타에 올라가고 나름 유명한 커뮤니티에 이름이 등장하고, 등등....
어떤 경우가 있었냐면, 한 동료가 쉬는 날이라고 카톡 프로필 사진을 설정해 뒀는데, 회사로 연락이 왔단다. 쉬는 날이라고 표기해 두는 건 연락하지 말라고 하는 거냐고, 경우가 아니지 않냐고, 기분이 나쁘다고 했단다. 왜 기분이 나쁠까. 그게 기분이 나쁠 상황인 걸까. 어디서 기분이 나빠질 수가 있었던 걸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뭐 무언가 생략된 어떤 대화들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쉬는 날이라고 표기한 부분이 기분 나쁘다고 회사 대표 전화로 연락 와서 담당자 변경을 요청했다는 현상도 그렇지만, 죄송하다고 간절히 말했다는 동료의 현실이, 그냥 나는 슬펐다.
그리고 다른 경우이지만 맥락은 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상담을 해준 사람의 표정이 싫다 나를 무시하는 듯했다. 혹은 궁금한 거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연락을 잘 주지 않는다, 카톡 말투가 싫다, 전화를 너무 자주 줘서 싫다, 선물(?) 같은걸 안 해준다, 등등 이유는 가지각색 정말 많다. 또한 반말, 욕설, 협박(나 화나면 안 참아요, 나 다 안다 같은...) 경우도 정말 많이 겪는다.
물론 담당자와 고객의 성향이 맞지 않는데 억지로 그걸 이행해야 하는 건 아니다. 돈을 주고 재화를 구매하는 것인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큰돈을 지출하는 건 정말로 말이 되지 않는 경우다. 그렇지만, 종종 상식선에서 이해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때 정말로 머리가 황당하다. 어쩔 때에는 모멸감과 환멸을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논문을 공부한다. 도대체 이 현상은 뭘까, 잘 못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이고, 왜 서로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렇게 까지 하면서 업계에 머무르고 있는 이 사람들은 또 뭔가. 또 나는 뭔가.
정말로, 내 동료 중에서는 남모르게 공황장애 약을 먹는 동료도 꽤 있음을 알고, 적잖이 놀랬다. 아니, 정말로? 공황장애라는 게 내 주위에서 펼쳐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그래 뭐, 가끔 나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공황장애의 느낌이란, 그런 느낌일까 하고 짐작을 해 본다.
그래서 나는, 논문을 쓴다. 어쩌면, 차라리 이면지가 되었으면 더 요긴하였을 그런 쓰레기가 하나 탄생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쓸 거다.
팔백만 고도의 서비스직 감정 노동자 여러분, 얼마나 노고가 크십니까. 하는 그런 논문을, 마구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