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의 역할은 학문적으로 정의 내려진 것은 없지만 예식에 대한 전반적은 일은 물론이거니와 커플링, 허니문, 그릇, 가구, 예복 등 다양한 지식을 전반적으로 알고 고객의 필요시에 따라 적절하게 안내를 하는 능력을 요하는,
뭐, 쉽게 말하면 고도의 감정 노동 서비스 직이다.
그렇게 혼인의 전반적인 일을 아우르는 플래너 일을 하면, 당연스럽게 집안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소소하거나 큰 화두 거리까지, 전해 듣게 된다.
한 번은, 예식 전 체크사항을 정리하는데 신부 측 혼주 좌석과 부주대를 아예 빼 달라는 요청을 주셨다. 웨딩홀 내의 혼주 좌석을 빼는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부주대까지 정리해달라는 말은 처음이라 조심스럽게 이유를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유인즉, 신부님 댁에서 결혼을 반대하는 상황이었는데 결국엔 결혼날이 다가오도록 허락을 받지 못했고, 축하하러 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하셨다. 담담하게 말씀하셨지만, 얘기를 전해 듣는 나는 참 마음이 아렸다.
사랑하는 이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이 분들은 참 예쁜 사랑을 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기에. 또한 나에게 참으로 따뜻하고 친절한 두 분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예식을 잘 마무리해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마음이 조금 슬펐다.
오히려 나에게 플래너님 저희는 괜찮아요, 하며 덤덤하게 위로해주셨다.
예식날에는 정말로, 신부님의 부주대는 비워졌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다.
식장이 가득할 정도로 하객분들이 많이 오셨다. 그렇게 예식은 잘 마무리되었고, 신부님은 끝까지 고맙고 감사하며 영광이었다는 예쁜 말씀을 주셨다.
그 후로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신랑 신부님은 매년 새해의 첫날, 잘 살고 있다는 연락을 주신다. 가족분들과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신 건지, 괜찮으신 건지 세세한 부분은 여쭤볼 수 없었지만 늘 따뜻한 두 분처럼 -덕분에 저희 아직까지 잘 살고 있어요- 하고 연락을 주신다. 반짝이는 두 분을 닮은 예쁜 아이들과 함께한 사진과 함께. 그러면 난, 온종일 마음 끝까지 따뜻해진다.
두 사람만 사랑하기에는, 세상엔 거리낄 것이 너무 많은 세상이지만 서로를 속속들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꽃같이 맑은 일들만 가득할 것으로 나는 믿는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인연들을 플래너로써 매일 맞이하고, 또 이렇게 예쁜 추억들을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