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원래 다 이렇게 어려운 건가요?

by 김구스

그림은 @kr2stal_kim



"야! 이 x발, 내가 똑바로 하라 그랬지 돈 쳐 받고 지금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다 뒤엎어 버리기 전에 다 고쳐놔라 좋은 말로 할 때. 어, 알아 들었냐?."

뚝-.

대뜸 욕지거리를 한 바가지를 쏟아놓고 전화가 끊겼다.

아침 8시에 걸려온 고객의 전화에 말문이 막혔다. 황당해서 화도 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로 이 사람이 아침 댓바람부터 이렇게 화가 가득 나게 된 것일까.
잠시 뒤 드레스샵에서 전화가 왔다.

"플래너님, 죄송해요...."
"네. 무슨 일이 있나요? 저 지금 근처 메이크업 샵이에요. 지금 신랑님 화가 많이 나셨던데, 상황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저기, 저희가 성함 기재를 실수를 했어요."
"네? 성함 실수라니요... 제가 몇 번이나 조심해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어제 마감 때 원장님이랑 성함 부분 다시 정확하게 확인해달라고 통화도 분명히 했고, 실수 없었는데요."
"네. 어제 저희도 드레스샵 안내지랑 전부 확인했는데, 그게... 의복 전달받고 사인하는 안내지에... 신부님 성함이 바뀌기 전 성함으로 작성되어 있었어요. 신랑님이 그걸 보시고... 일단 플래너님 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저희 실수라고 사과드리고 했는데, 도저희 감당이 안돼서요 플래너님 죄송해요."

"아..... 일단 알겠어요. 지금 신랑님은 어디에 계세요? 드레스샵에 계신가요? 저, 다른 손님 케어 중인데 일단 바로 넘어갈게요."

어쩐지 어젯밤 꿈자리가 사납더라니.
스튜디오 촬영 때에도 예식 체크 때에도 실수가 없도록 만전을 기한 팀인데 이렇게 미스가 뜨다니.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안고 나는 드레스 샵으로 향했다.

드레스샵 문 밖에서 사람들이 웅성임이 느껴졌다.


드레스 샵으로 들어서는 나를 붙잡고, 한 동료가 말했다.

" 혹시라도 말이야.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일어나면 내가 진짜 바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을게. 그리고 내가 다 녹음 딴다. 와 진짜 저 사람 말이 안 통해. 원장님 무릎까지 꿇었어. 그런데 너 불러라고 난리 처더라. 말이 안 통하더라. 각오하고 들어가라."

"알겠어. 고마워. 일단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

문을 열고 들어가자 씩씩대며 화가 잔뜩 오른 내 고객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최대한 미안해하며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말을 걸었다. 심장은 터질 것 같았지만 말이다.
날뛰는 그를 향해 말했다.


"신랑님, 일단 진정하세요. 보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웨딩홀이랑 다른 부분은 성함 부분 체크 완료 문제없이 잘 되어있습니다. 드레스샵에서 사과를 드렸다고 말씀 주시더라고요 그렇지만, 제가 한 번 더 꼼꼼하게 챙겨드렸어야 했는데 실수가 일어나 담당자로써 죄송합니다. 우선은 지금 예식 진행 들어가셔야 하니 우선 홀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아 x발!! 진짜 기분 잡치게 진짜. 내가 잘 체크해 달라고 했잖아. 나 진짜 꼼꼼하다고. 후... 일단 홀에서 보자, 너."

"네. 일단 이동하시죠. 문제없이 체크 완료해두었습니다. 바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보통 드레스샵에서는 플래너, 예식 준비하는 다수의 신부, 드레스샵 직원들이 모여있다.
신랑을 챙기는 와중에서도 다 느껴졌다.
모두 한마음으로 불편하고 어려운 광경을 지켜보며 나를 불쌍히 여기는 것을 말이다. 모욕감이 들었지만, 당장엔 내가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관경을 지켜보고 계시던 한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들어보니, 별 일도 아니구먼 여자라고 화내고 소리치고 뭐 저런 신랑이 다 있어? 플래너 선생 진짜 고생이 많네. 아휴 진짜 내가 다 속상하다. 내 사위면 당장 나는 결혼이고 뭐고 안 한다. 뭐하는 짓거리래 지금."

"고맙습니다 어머님. 그렇게 말씀해주셔서요. 그런데, 여기 일하는 사람들 종종 겪는 일이라서요. 괜찮습니다."

사실은 마음은 당장엔 괜찮을 수 없었지만, 예식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 스스로 다독일 수 밖에는 없었다. 그건 어쩌면 나를 위해서 한 자조적인 말이기도 했다.

드레스샵 직원들은 몸 둘 바 모르게 나에게 미안해했고, 누가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하게 되었는지 따져봐야 뭐하겠나 싶은 마음과 어쨌든 결론적으로 내가 담당자이니 내가 잘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이기도 했기에, 일단 홀을 바로 가보아야겠다고 하고는 홀로 향했다.

모든 상황을 드레스샵에서 지켜보았던 신부는 내내 나를 보며 미안해했고, 나는 그런 신부를 보며 마음이 불편했다. 서로에게 미안해할 일은 아니니까.
신랑은 화가 풀린 건지 아니면 숨겨둔 건지 모르겠지만, 시종일관 웃으며 하객을 응대했다.

다행히 사회자 주례 축가 식전영상 등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은 더디게 흘러 입장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신랑 마지막 마무리를 도왔다.
신랑이 내게 말을 건넸다.

"제가, 늘 이렇게 화가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플래너님."
"아, 네. 압니다. 저희 쪽 실수였습니다."
"플래너님한테 화가 난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너무 화가 나서 그랬습니다.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네 그럼요. 결혼 축하드립니다."

나에게 사과를 건네었다는 사실보다, 이 이상 욕을 듣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가 되었고, 입장 후의 일에서도 아무런 변수는 생기지 않아, 예식은 으레 그렇듯 잘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지친 마음을 이끌고 다음 스케줄의 예식장으로 향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자님은 도착하셨는지 주례 선생님은 오셨는지 홀 담당자와 확인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달려갔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결혼식 당일날에 대한 상황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변수가 많이 생긴다.
그런 과정에서 고객은 불만족이 발생하고 그걸 담당자에게 표출할 수밖에 없어서 화를 낸다는 거, 물론 이해한다.
그렇지만 상식 밖의 언사를 생생하게 들어야 하는 것에 있어서는 이해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아닌 척 해도 마음에 상처가 오래간다. 부모님에게도 그런 언사는 들어 본 적이 없는 내가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나, 한때는 참 많이 고민했다.

가끔은 동료들끼리 그런 얘기도 한다. 누가누가 더 처참한 얘기를 들었나 하는 그런 배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뭐? 진짜로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할 정도로 기상천외하고 황당한 사례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놀랍다.

그리고 그 사례들은 새롭게 유행하는 독감처럼 매년 새로운 모습을 가지고선 몸과 마음을 아프게 쑤시고 간다. 올해에는 조용히 지나가려나,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어쩌자고 이렇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지.

한창 심하게 아파할 때에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돈이라고 생각하고 의미 부여하지 마라고, 정말로 프로란 그런 거라고.

그런데 나는 아직도 프로가 아닌지, 도무지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어서 그냥 간과할 수가 없다. 참 어려운 일이다.
유난히 이 업종에서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어째서 서로 이렇게 상처 주는 걸 반복하게 되는 것인지. 내 짧은 식견으로는 도무지 헤아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갈 길이 도무지 멀다.




*본 글은 제가 직접 겪은 일을 토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오히려 조금 순화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얼마나 고객의 그 하루가 소중한지 그 가치와 기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기에, 저에게 혹은 저와 같은 서비스직종 종사자들에게 벌어지는 폭언들을 이해하고픈 마음도 큽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제자리걸음인 수준에, 너네는 돈을 받았으니 이 정도는 참아야지 하는 듯한 인식에 늘 마음이 아픕니다.
타인으로부터 악한 말을 들으면 그 깊은 상흔은 말도 못 하게 치명적입니다. 괜찮다 하더라도 순간순간에 떠오르는 공포감에 심장이 터질 것 같 전화 진동소리에도 화들짝 놀랍니다. 또 무언가 사건이 펼쳐질 까봐서요. 아마도 이건 제가 소심한 탓이기도 할테죠.

하지만, 위 사례처럼 상식적이지 않은 모멸감을 주는 행위는 직업을 망론하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가깝게 도래하기를,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야 겠습니다. 작게나마 저 부터라도요. 그렇게 서비스직 종사자 분들께 존경과 애정 그리고 오늘을 벼텨낼, 그런 하루의 굳건한 용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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