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서 "집주소 이거 맞지?" 하는 말과 함께 블루투스 이어폰이 하나 도착할 거라는 연락이 왔다.
근래에 내가 핸드폰을 바꾸었는데, 그게 예상치 못하게 충전과 유선 이어폰 사용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고객님 불편하시죠? 저희 갤럭시 버드를 구매하시면 딱 좋답니다.' 하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어필하는 듯 느껴졌다. 나는 알아듣지 못한 척 유선이 좋다며 애써 편리한 척했다. 그런데 얼마 전 친구가 멋진 블루투스 이어폰이라며 내 앞에서 시연을 하는데, 그게 디자인이며 금액이며 너무 좋아 보였다. "이것 좀 봐봐라" "오 뭐야? 엄청 귀엽네! 이런 디자인 처음 본다 뭐야? 립스틱 모양이야!" "그렇지? 유선도 삼만 원 하잖냐, 근데 음질도 썩 나쁘지 않아 괜찮아. 그리고 혹시나 잃어버려도 부담 없고." "맞아. 버드는 너무 비싸. 나는 분명히 잃어버릴 거야. 그래서 비싸게 주고는 못 사겠어. 근데 삼만 원이면 잃어버리더라도 쉽게 마음 정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아. 어디서 샀는지 알려주라."
친구는 그때 대화를 기억하고는 금요일 도착이래 하는 연락을 주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이 나에게서 그동안 받기만 했다며, 그러니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달라고 했다.
무엇보다 값진 선물과 작게 흘린 말에 오래 생각해줬구나 싶어서 너는 정말로 멋진 녀석이라고 마구마구 칭찬했더니 친구는 그러니까 둘이서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했다. 나는 그럼 너무 좋지 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