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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YSTAL KIM Feb 08. 2020

졸업식이란 이름의 날





며칠 전 전체 공지 연락을 받았다.
개학이 무려 20일 정도 연기되었다는 연락을 말이다.
나는 사스  메르스가 유행했을 당시 학생의 신분이었는데, 정확하게 분위기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도 이렇게 개학이 낮춰지는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일었다.
 대학원 졸업식도 생략이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졸업증을 받아갈 수 있는 날짜와 석사모가 대여가 가능하니 원할 시 방문을 하라는 문구와 함께.
 고등학교 이후 나는 몇 번의 졸업을 겪었다.
대체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상을 받아야 할 경우에 연락을 받고 조용히 행사에 참여하고는 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나중에 부모님께서 "졸업식이 언제라니?" 물어오시면
"아. 실은 며칠 전에 졸업식이었어요. 평일에 다들 바쁘고 하니까, 그냥 다녀왔어요. 동기 친구들이랑 축하도 했어요." 답했다. 그러면 부모님께서는 "그랬구나, 그동안 고생이 많았는데 그럼 오늘은 맛있는걸 뭘 먹을까?" 하고 그때의 그 졸업의 추억을 마무리하는 식이 반복되었다.

이상스럽게도 입학 때에는 날듯이 기쁜데, 졸업 때에는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았고, 주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그 감정엔 동화되지 못해서 어색해하고는 했다.

그리고 이번 논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무렵 M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김 교수야, 이번에도 졸업 때 부모님 안 부를 거라?"
"아. 아마도요. 특별한 일 없으면 식에 참석도 안 하려고 해요."
"아니, 왜? 대표로 상도 받고 했었잖아."
"별로 크게 감흥이 없어서요. 그런데, 부모님은 꽤 아쉬워하시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언제쯤 학사모 써보냐고 하시길래, 동생 졸업이 내년이니까 그때 쓰면 되지 않겠냐고 하니 굉장히 섭섭해하는 듯 보였어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섭섭하지. 김 교수 입장에서야 계속 공부할 거니까, 별 의미 없는 거 이해는 간다만. 그런데, 부모님 생각해서 한번 씌워 드려라. 부모님 모자 씌워 드리면 많이 좋아하실걸. 해 드려."


하여튼 그래서 이번에는 가능하면 일정 맞춰서 꼭 사진 찍어드려야지 했는데, 행사를 대학 자체적으로 조용히 넘어가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어쩌면 조용하게 의복을 대여해서 사진을 찍어드릴 수 있어서 조금 다행이네 싶기도 했다.
2월 17일부터 21일 사이로 해서 의복을 대여하는 되는 일인데, 부모님께 설명드렸더니 꽤나 설레 하셨다.
여전히 나는 별다른 기미의 기쁜 마음은 없지만, 서랍 밑에 고이 넣어뒀던 값비싼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많이 사진을 찍어드려야겠구나 하는 의지만은 굳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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