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전 드레스 스케줄을 마무리하고 커피를 한잔 마실 요량으로 탕비실로 걸음을 옮길 무렵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웨딩플래너 선생인가요?" "네. 웨딩플래너 맞습니다. 어떻게 연락을 주셨을까요?" "다름이 아니라, 나는 A라는 사람 시어머니 되는 사람입니다." "아. 네 어머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그래요. 그런데 내가 방금 웨딩홀이랑 통화를 했는데 취소되었다고 얘기를 하는데, 이게 무슨 말입니까? 나는 아이들한테 들은 게 없는데, 플래너 선생은 뭐 들은 게 없습니까? 내가 너무 경황이 없어서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람. A 신부님이라면 이미 오래전에 홀 계약이며 드레스 패키지며 모두 취소가 완료된 분이신데.
"네 어머님. 실제로 신부님께서 3개월 전에 연락이 오셨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홀이랑 전부 취소를 해야겠다고 하셔서 저희 쪽에서 환불 처리를 해드렸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래요. 나는 아들한테서도 들은 게 없는데.. 이게 무슨...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지금 아들도 며느리도 연락이 안 되는데...." "아... 네 어머님. 제가 마지막에 연락을 받은 게 취소해달라는 말씀이셔서 구체적인 사유에 대한 부분은 아드님과 말씀을 나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일단 알겠어요."
웨딩플래너가 고객과 만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화, 카카오톡, 개인 블로그, 메일 등의 방법이 있는데, A 신부님과의 첫 연락은 지금 본인이 먼 해외에 있다며 카카오톡으로 결혼식장과 날짜 그리고 드레스에 대한 부분까지 진행을 했던 팀이었다. 값비싸고 인기 있는 홀의 예약 진행을 원해서 조금 이른 시기에 예약을 해서 진행을 돕고 있던 팀이었는데 돌연 개인적인 사정으로 취소를 해야 한다는 연락을 주셔서 으레 그렇듯 환불을 해드렸던 기억으로 남은 팀이었다. 그런데 이 아침, 시어머님으로부터 아무것도 전달받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내게 사려 깊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취소를 요청한 팀이기도 했어서 이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상황도 이해가 되질 않았고, 혹여 큰 문제가 생겼나 싶은 도의적인 생각에 곧바로 연락을 드렸다. 신부님으로부터 곧장 연락이 왔다.
"플래너님 잘 지내시죠? 그런데, 플래너님께 연락이 왔다고요?" "네. 웨딩홀로 전화를 하신 것 같은데, 홀에서도 사정을 모르니 제 연락처를 알려 주신 것 같아요. 일단, 음 상황을 잘 모르고 계신 것 같아서요.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그래도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신부님께 연락드려보았어요." "아... 저희 집엔 다 얘기가 끝난 일인데, 저쪽에서 말을 아직 안 했나 보네요. 저희 그냥 파혼이에요. 그냥 그렇게 되었어요. 결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럼 각자 집에 얘기하고 끝내자 했어요. 그게 끝인데. 괜히 플래너님 귀찮게 해 드렸네요. 그냥 무시하세요. 아, 그리고 저 플래너님 좋아서요. 제 친구가 결혼한다고 하는데, 플래너님 연락처 알려드려도 될까요? 제 친구들 많이 소개해드릴 수 있어요."
그렇게 친구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끝으로 통화는 마무리되었다. 신부님의 목소리가 밝고 명랑한 목소리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나의 역할이란 늘 여기까지인 것이었으니까. 한 때는 사랑이 맞았을 텐데, 사랑이었을 텐데, 무엇이 그런 상황으로 도래하게 한 것일까. 그래도, 각자가 행복하기 위한 선택일 테니까. 각자의 인연으로 유영해 나가게 되겠지. 모든 것에 적확한 상황이란 없는 거겠지. 지금의 나로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마음을 헐어내려 노력해본다. 이제는 그랬던 상황들만이 내게 잔존하며 흐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