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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YSTAL KIM Mar 19. 2020

지구에서 하나뿐


온종일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좋아하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그녀는 핸드폰을 구매하고, 나는 노트북을 고르며 쇼핑도 했다.
중간중간에 칼국수며 핫도그도 빼놓지 않고 먹었다.
2시에 시작된 만남에서 저녁 8시엔, 통닭이었다.

그녀가 물었다.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 이런 결과에 대해서."

"음. 제가 겪어 본 거잖아요. 어쩜 그렇게 똑같이 행동을 하지 싶어서 그냥 제가 상처 받는 기분이었어요. 다시 그때로 되돌아 가는 듯한 느낌. 알잖아요, 그것 만큼 마음 힘든 게 없었으니까. 혹독하게 힘들었어요. 그건 지금도 유효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니까, 이제 나는,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역시 아닌 건 아닌 거구나."

"정답은 없겠죠. 근데 제가 겪은 결과는 그랬어요. 모른 척 아닌 척 참지 말걸 하고요."

고개를 주억거리던 그녀는 말했다.  결혼이 하고 싶다고.
갑작스러운 고백이었다.
정작 프러포즈를 받았을 때에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았던 그녀였는데.

정말로 궁금해서 물었다.
갑자기 결혼이 왜 하고 싶어 진 거냐고. 외로운 거냐고.
그녀는 답했다.

"그냥 이제는 내가 어떤 모진 하루를 보내더라도 항상  있어주는 그런 따뜻한 사람을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어. 그냥 그러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그럼 그 종착역은 역시나 결혼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알 것 같아요. 제가 어느 책에서 봤는데, 외로운 것과 고독한 것에 대한 것이었어요. 외로움은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면 해결될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고독한 건 자신의 내면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달랠 수 있는 건  본인 말고서는 안된다고. 혼자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내재적으로 쉴 수 있거나 성취할 수 있는 걸 해야 메꿔질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외로운 감정과 고독의 감정을 잘 구분지어서 달래는 것이 중요하겠구나,라고."

"흐음. 어려운 감정이네. 네 말대로라면 난 지금 고독을 느껴서 일수도 있다는 말이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 줄 곧. 이제는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마음을 뉘이고 싶다는 생각. 하루 온종일 지친 몸을 이끌고 따뜻한 집에서 오늘도 치킨에 맥주를 먹을까 된장찌개를 먹을까 아니면 둘 다 먹어도 좋지 하는 시답잖은 소리 해도 그냥 그게 나에게 용기가 되는 그런 거 있잖아. 세상에 하나뿐인 완전한 내편. 언제까지고 내편일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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