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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YSTAL KIM Mar 24. 2020

지난한 연인과 현재







오늘의 그녀는 5년 전 헤어진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그녀는 5년 전 헤어진 남자 친구를 만나 고기와 술을 먹고 오겠다고 했다. 근래 마음 다치는 일을 겪은 그녀가 정말로 마음 누일 곳이 없어서 저러는구나 싶기도 하고, 또 이럴 땐 아무리 친하다 한들 생물학적 나이차와 더불어 내가 정서적으로 온전한 위로를 주지 못한다고 어렴풋 느껴  술을 적당히 먹고 잘 다녀오라고 할 뿐이었다.

다행히 별 탈 없이 술과 고기를 먹고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그녀로부터 받았다. 그녀는 곧바로 내게 전화를 했다. 목소리는 술이 취한 듯했고, 다행히 기분이 좋은 듯했다.

"야, 수정아. 잘 다녀왔다. 다행히 잘 다녀왔어."

"기분 좋은 것 같은데 이야기는 잘 나눴나요?"

"어, 그럼. 사실 좀 즐거웠는데, 내가  5년 전에 왜 그렇게 했냐고 말했더니, 그땐 자기가 너무 철이 없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그때 너무 미안했다고 계속 그러더라고. 근데 내가 말했어. 사람 안 변한다고 너랑 만나는 6년 동안 나는 같은 이유로 울었다고. 너 만나고 깨달은 건 사람은 진짜 안 변한다는 거. 그거 하나 인생의 진리처럼 깨달았다고 얘 가했어. 근데, 수정아, 사람 안 변하는 거잖아."

그녀는 같은 이야기를 한 시간 반 동안 반복했다. 나는 듣는 내도록 그랬구나 와, 정말요 하며 들어줄 뿐이었고, 마지막엔 기타를 치겠다고 하는 그녀는 말했다. 익히 실력을 잘 알고 그것 마저는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적당히 달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전화를 마무리했다.

그녀는 내게 늘 많은 사람을 사귀어보라고 권하곤 했다. 사람이 거기서 거기더라도 분명히 네가 그걸 통해서 깨닫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렇듯 그녀뿐만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크게 상처 받고 또 마음 뉘 일 곳 없어 서성거리는 걸 보면, 나는 그저 지금의 내 상황과 상태를 지속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5년 전에 헤어졌던 이유만 들자면 절대로 같이 식사도 할 수 없는 관계인데, 세월 때문일까 아니면 상황 때문일까. 이건 정말로 잘 모르겠다. 언젠가 내게 물을 텐데, 나는 어떤 선책을 지지해주면 좋을까.

내 지인 중 한 사람은 10년의 세월이 지나 재회해 결혼을 한 커플도 있다. 곁에서 지켜온 바로는 결국 두 사람이 운명이었구나 느껴질 정도로 서로를 아끼는 모습은 여전히 다감하다. 그래서 저런 운명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은 가끔 한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 일었던 적이 있고, 또 그걸 바랬던 적도 분명히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잘 모르겠다.
미래에 분명 그녀가 내게 의견을 물을 텐데, 나는 그녀가 듣고 싶은 대답을 하게 될까, 아니면 내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게 될까.

물론, 적정 정답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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