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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YSTAL KIM May 16. 2020

제사에 대한 단상


외가집은 제사가 아주 많다.
으리으리하게 높은 제사상 위에 한가득 가득 채운 제사 음식을 숙모들과 할머니가 늘  대가족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양으로 만들어 낸다. 정말로 보통 일이 아니다.

다리가 아프신 할머니는 올해가 되어서야, 어느정도 제사를 합치기로 하였는데 그래도 최소 대규모로 모여야 하는 제사가 3 개나 있음이다.

제사가 끝나고 나면, 각 집에 챙겨줄 음식을 또 포장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다. 분배에 있어서 섭섭한 마음이 없어야 하기에, 균등하고도 넉넉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정말로 부엌은 아비규환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날, 이렇게 까지 제사를 지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어른을 기리고 싶은 날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해서 자식들 얼굴도 보고 맛있는거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올리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요즘엔 제사 음식을 주문하는 집도 많고, 그냥 절에 올리거나 간소화 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직까지 양념장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가족들 먹을 것이라며 멀리까지 장을 봐 오시는 할머니와 숙모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감히 행하지 못할 사랑이다 라는 마음만 그득하다.

그런 집에서 자랄 수 있어서 많은 추억이 있었지만, 이걸 이렇게 까지 유지하기 위해서 할머니와 숙모와 이모들의 시간과 노력 같은,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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