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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pr 03. 2020

100시간의 요가 강사 수업이 끝났다.

어떤 삶을 살지를 고민하는 시간


요가 강사 수업을 들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수업이 한 달간 딜레이 되면서 이제야 끝낼 수 있었다. 3개월간의 긴 여행이었다.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요?

첫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어떤 요가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물었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요가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요가원을 가지 않고 혼자 수련하기 시작하면서 막히는 구석을 해결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음? 잘 모르겠어요.라고만 말했다.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질문을 다시금 떠올렸다.

학생들이 아사나를 편안하게 따라올 수 있도록 안내를 잘 말해 줄 수 있기를, 수업에 들어오고 나가는 길에 마음이 안정되고 고요해지길 바란다고 노트에 꾹꾹 눌러 적었다.



마음의 안정을 찾는 길

어느 순간부터, 나는 타인에 대해 벽을 만들어둔 상황을 겪고 있었다. 스스로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요가원에서 뿐만 어니라, 한의원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방어적인 상태였다.

한의원에서는 속상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고집을 부린다고 했다. 요가원에서는 상대를 통제하려 한다고 했다. 물론 장단점이 있겠지만, 내가 나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 최근 자주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사람이 계속해서 동기를 잃고 자존감이 떨어지면, 우울한 마음을 지속해서 겪게 되고, 이것이 몸과 마음에 모두 영향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법은, 나를 우울하게 하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현실을 자각하고 방법을 찾는 과정은 육체적으로는 약을 먹고, 정신적으로는 수행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마음이 열리는 길

정말 신기하게 수업을 진행하면서 점점 마음이 풀렸다. 개인적으로 해소한 것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게 되었다.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열렸다. 그래서 어느 날은 요가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래와 같은 글을 쓰기도 했다.


요가 수업이 끝나면 왠지 마음이 열려 있다. 평소엔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도 잘 누르지 않는데, 어째서 좋아요도 누르고 하마터면 내가 가장 열렬히 살펴보는 피드를 쓰는 a에게 댓글도 달 뻔했다. (a는 나를 모른다.)

실제 세상에서 낙천적이고 밝지만, 온라인에서는 누군가에게 상당히 낯을 가리는 편이다. 마음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그렇다. 언젠가부터 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꺼려하고 심지어 마음이 닫혔다는 생각을 했는데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인스타그램에서 a의 피드는 엄청나게 영감을 준다. 그의 피드를 저장도 많이 해두고 책이든 음식이든 그의 추천을 꽤나 선호한다. 그리고 나는 그와 한두 번쯤 만난 적이 있다. 사석이나 우연히.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한 번도 ‘저 sns 팔로우하고 있어요!’ ‘정말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너무너무 좋아해요’라는 식의 인사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치 모르는 사람인 척했다. 사실 나는 그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신뢰하고 도움을 청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녔는데도.

이유는 무엇인가? 부러움에서 비롯된 질 낮은 질투심, 어차피 나를 모를 거야 라는 쪼그라든 자존감. 나도 그만큼이나 비슷한 문제에 관심이 많고, 궁금증도 많고, 아는 것도 비슷할 텐데. 다양한 변명으로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것에도 소극적이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그런 표현을 서스름 없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에게 천진난만하게 a님 너무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 부럽다.

아, 이제라도 말을 걸어봐야지. a님 팬이에요! 기사도 다 읽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도 진짜 많이 들었어요.라고 오지랖을 부려 봐야지.

솔직한 얼굴로 말해 봐야지.


그래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요가 강사 수업을 듣고 확실히 달라진 것은, 요가 철학을 공부하며 마음이 조금 열린 것 그리고 기초적인 해부학과 몸에 대한 지식을 쌓으며 그동안 요가를 하면서 궁금했던 부분을 속 시원하게 해결한데 있다.


특히 요가 철학을 배우며,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요가를 하다 보면 현재 지금의 나에게 집중해야 하고, 나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야 해고, 몽키 마인드라고 하는 부정적 내면의 이야기를 거절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아사나(요가 자세)를 취하며 시선을 뒤집게 되고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게 된다. 


단순히 아사나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삶에 대해 주체적으로 생각 하기 위해 요가를 하게 된다. 

앞으로 요가 강사가 될 수 있을까? 사실 그건 잘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해서 요가하는 삶을 실천하고 싶다. 아사나로, 호흡으로, 마음으로 계속해서 수련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나누고 싶을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 순간이 오길 기다리면서 혼자 수련하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야겠다. 혼자 하는 수련으로 내 배움이 흘러넘치는 사람이 되어서, 누군가에게도 자연스럽게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요가 지도자 자격증과 함께 수련했던 선생님들이 주신, 고맙고 애틋한 선물들




집에서 요가하세요!

집에서 요가를 하기 시작한 건 일 년이 조금 안되었다. 아무래도 집에서 하다 보면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정렬이 맞는 건지, 동영상에서 전해지는 선생님의 의도와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 건지 고민이 된다.


척추 측만과 시간적인 문제로 처음에는 1:1 수업을 들으려고 했는데, 가격과 배우는 수준에서 강사 코스가 더 매력적임을 알게 되었다. 이번 수업으로 그동안의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면서 앞으로도 당분간은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할 예정이다. 그동안도 1년 정도 유튜브로 수련을 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시간적 제한이 많았던 요가원 대신 이제는 집에서 내가 나를 더 잘 돌보며 수업할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요가를 하면 좋은 점은 내가 원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 내 몸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매트 위로 올라가는 게 쉽지는 않다.

나도 매일 같이 매트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좀 더 쉬어', '좀만 더 자자'등으로 나를 부추기는 생각, '이거 해서 변하는 것 없다'는 몽키 마인드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실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적은 내 안의 부정적인 자아다. 그걸 깨달으면 좀 더 능동적으로 될 수 있다.


어떻게 능동적으로 할 수 있을까?

나만의 방법은 타인에게 보여주는 데 있다. 요가용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요가하는 모습을 올리는 채널인데, 아휴, 오늘도 영상 올려야지 싶어서 또 매트 위로 올라가게 된다. 실제 실행하는데 긍정적인 도움을 받는다.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https://www.instagram.com/wellness_yogamon



유튜버 요가 선생님 추천합니다. 

유튜브를 보며 요가 하는 것이 처음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다 보면 장점이 매우 많다. 특히 내가 원하는 수업을,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래 선생님들의 수업은 대체로 좋아서 자주 참고하여 수련한다. 


서리 요가

요새 가장 자주 보는 채널이다. 우선 시퀀스가 다양하고, 선생님이 힘 있게 집중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지셔서 늘어지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mOaOFwxOXfZLgZPFhjT_1Q


지음 요가

안정적이고 차분한 티칭이 특징이다. 선생님의 1시간 하타 수업은 정말 강추. 천천히 시간을 들여 내 몸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선생님이다! 요새는 임산부 요가도 많이 올리셔서, 임신 중에 따라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 https://www.youtube.com/channel/UC34I0eTDUkncDHyT2WdLXgQ


Yoga with Kassandra

영어로 티칭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카산드라 선생님의 아사나, 특히 고관절과 엉덩이 근육 둥 하체를 늘리고 강화하는 동작을 하고 싶은 날 따라 합니다. 1시간 빈야사 플로우 정말 좋다! 최근에는 30일 수련 프로그램을 오픈했는데, 매일 유튜브 채널에 간단한 10분 정도의 스트레칭 영상과 명상 방법 등을 공유한다. 30일 동안 무엇을 계속한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닌데, 확언과 실천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선생님이다.

https://www.youtube.com/user/yogawithkassandra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시기인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는 10분 스트레칭이라도 간단하게 몸을 움직여보는 것을 추천한다. 집에 매트, 하다 못해 담요라도 깔아 두고 실천해볼 수 있다. 팔다리만 크게 돌리고, 목만 뒤로 젖히는 십분 정도의 간단한 요가 자세만으로도 금세 개운해지면서, 마음이 맑아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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