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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Apr 26. 2022

피를 토하고 엉덩이는 쑤시고 발바닥 아치는 무너지고

임신이 이렇게 힘든걸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나요

임신 초기, 주머니에는 항상 검은 봉지가 있었다. 길을 걷다가도 신물이 올라오면 곧바로 주머니에서 봉지를 꺼내 토를 했다. 임신 8주부터 20주까지 삼개월간 입덧은 토를 하는 것이었다. 하루에 네번 분수토를  적도 있다. 끼니는 먹지만 족족 토했고 마지막으로 먹은 이온음료까지 뱉어냈다. 결국 피를 토했던 , 의사 선생님의 조언으로 입덧 약을 먹었다. 다행히  효과가 있어서 약을 먹은 날은 정상적인 생활을   있었다.  약에 대한 걱정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인간다운 삶을 살려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


토하기 뿐만 아니다.


어느 날부터는 잠이 오지 않았다. 호르몬 때문이라고 했다. 새벽 늦게 잠들어 아침 6시에 깨곤 했다. 아침 6시에 깨서 그저 뒤척이던 어느 주말, 남편을 깨워 집 근처 산을 갔다. 아 물론 산에 오르면서도 검은 봉지를 꺼내 토했다. 산책로를 조금 오른 후 내려와 아침으로 북엇국을 먹고,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카페를 찾았다. 그렇게 해도 아침 10시가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남편을 깨울 수는 없는 노릇. 뜬눈으로 시간을 보낸 날이 많았다.


임신 중기가 넘으니 눈에 띄게 배가 나오면서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배가 나오는데 왜 엉덩이가 아플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런 증상을 '환도 선다'라고 했고 골반이 열리고 눌리기 시작하면서 엉덩이 사이 근육에 영향을 끼쳐 나타는 통증 같았다. 걸어 다닐 때마다 아픈 엉덩이를 만질 수는 없었고, 그렇게 아플 때마다 멈춰 서서 쉬어야 했다. 산부인과 선생님은 스트레칭을 권했다. 나는 매일 임산부 요가를 했지만 크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정확히 환도 선다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동작을 반복하고 나서야 조금씩 차도가 보였다.


임신 후기가 되니 발 아치가 내려앉았다. 갑자기 평발이 되는 삶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단순히 발바닥이 아픈 게 아니라 발꿈치가 너무 아파 걷기가 힘든 수준이 된다. 족저근막염과 같은 증상이었다. 발이 너무 아파서 평소에 신던 플랫슈즈는 절대 못 신는다. 언제나 아치를 잡아주는 러닝용 운동화를 신어야 했다. 그러나 뙤약볕에 운동화는 정말이지 답답했다. 결국 족저근막염인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슬리퍼를 찾았다. 나는 그제야 시원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임신은 사람마다 참 다양한 징후를 보여준다. 그래서 위의 사례는 온전히 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누군가는 냄새에 예민해지고, 피부에 알레르기가 생기며, 없던 당뇨가 생기기도 하고, 호르몬 변화로 극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나는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고 그저 그런 수많은 케이스 중 하나였다.


이렇게 임신이 힘들다는 것을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 지 10개월쯤 지난 지금에서야 알겠다. 임신한 여자들이 밤새 이야기할 수 있는 임신의 힘듦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이유를. 임신의 힘듦을 까맣게 잊게 하는 출산을 겪었다가, 출산의 고통은 귀엽게 여겨버리는 육아의 등장 때문이라는 것을. 육아는 아이가 클 수록 더 복잡하고 어려운 난이도로 올라간다. 그러니 임신의 힘듦쯤이야 까맣게 잊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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