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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지로움 Oct 23. 2020

나는 오늘 엄마가 되었다.

상상했던 건 이게 아니었는데, 

임신을 했다. 생리가 늦어지고, 자꾸만 몸이 으슬거렸다. 

우리 부부는 농담 삼아 설마 임신한 거 아니야? 하며, 그럼 절대 안 돼! 하고는 강경하게 임신이 아니길 바랬다.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싶어 확인해 본 임신테스트기에는 희미한 두 줄이 보였다. 임신이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바빴고, 대충 테스트기를 해본 후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다. 이거 봐~ 임신 아니네~ 하고는 서로 안도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이것 봐라~! 하고 다시 본 임신테스트기에는 두 줄이 보였다. 나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의 임신은 나에게 기쁨보다는 놀람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이직 한지 얼마 안 된 상태였고, 아직 적응도 못했는데 임신이라니 청천벽력 같았다. 일이 더 하고 싶은데 아직은 안된다며 십여분을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엄마한테 전화해 또 엉엉 울었다. 


나는 '어떻게 해', '나 무서워'를 반복했고, 엄마는 차근차근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일러주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너보다 열 살이나 어릴 때도 임신했는데, 너네 이렇게 잘 컸잖아. 괜찮아. 우리 딸도 잘 해낼 거야.'


내가 생각해 온 임신을 맞이하는 순간은 이런 게 아니었다. 기쁨과 환희에 찬 눈물을 쏟아내는 것이 내 오랜 상상 속의 모습이었다. 정말이지 이런 게 아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다시 테스트기를 해봤다. 이젠 선명하게 두 줄이 보였다. 그리곤 정신이 맑게 깨어버렸다. 전혀 실감이 나지 않지만, 임신에 관련된 책을 주문했다. 준비 없이 작은 생명을 품었으니, 지금 부터라도 엄마가 될 준비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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