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숨이 쉬어졌다
기억이 닿는 시간부터
나는 늘 변화 속에 있었다.
이사를 자주 다녔고 친구들과는 다른 동네의 학교에 진학했다. 늘 새로움은 3년을 주기로 찾아왔다.
다른이들보다 내 주변환경은 빠르게 바뀌었고
내가 가장 오랫동안 한곳에 머무른 건 대학교 뿐이었다.
문득 삶이 지겹고 힘들어질때
나를 돌아보면
모든 것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골목골목 다 알고 있는 동네,
같은 지하철역 같은 사무실,
폴더 안에 들어있는 파일들까지도 모두 익숙해져 있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죽어버릴것만 같았다.
숨이 턱턱 막혀오고 나의 아침은 매일매일 억지로 연장해가는 나날 중 하나 같았다.
그래서 나는 매일을 살기로 결심했다.
꽤 오래전 후회없는 하루를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세월이 나에게 준 나이라는 무게는 나로하여금 미래의 미래를 생각하게 했고, 그것들이 나를 무모하지 않도록 조종하였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하기위해 나의 가장 소중한 감정과 시간을 낭비하고,
이게 사는거라며 나는 어른이 된 것 마냥 우쭐 거렸다.
그리고는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일은 존재 하지 않는 듯 여행을 하던 그 어린 날로 돌아가고 싶었다.
기차 한켠에서 잠들어 예정에 없던 종착역에서 내려버린 그때처럼,
길을 잘못들어 길을 잃은 그 때, 무서워 하지도 않고 낯선동네에서 산책을 즐기던 그때의 여유로움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난 밤 본인의 입을 통해 넌 나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더 굳게 결심했다.
더 당당하게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야겠다.
그녀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수지야 넌 정말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