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을래?

나를 따뜻하게 채우는 시간

by 이수진




“뭐 먹을래?”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설레는 말이겠지만, 나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항상 “없어.” 또는 “모르겠는데...”라는 말을 접어두고, “음... 돈가스?”하고 고민하는 척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먹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가리는 음식도 없고 식당에 가면 뭐든 잘 먹는다. 다만 음식 취향이 없는 것뿐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항상 급식을 먹었으니 몰랐지만, 대학을 들어간 후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항상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사람들이 궁금했고, 음식 취향이 없는 내가 궁금해졌다.

오랜 시간 자취를 하며 제대로 차려 먹는 것은 시간 낭비 같았고, 과제하느라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배를 채우기 급급했다. 서울 생활을 하며 기죽지 않기 위해 옷은 꼭 사야 했으며 공과금, 생활용품 등 매달 꾸준히 나가는 돈이 넘쳐났기에 간단하게 먹는 것이 돈을 아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힘들어질 때 가장 먼저 무너졌던 것은 식습관이었다. 스트레스받고 힘든 날 좋은 음식으로 나를 채워야 했는데 오히려 굶거나 밑반찬 몇 가지로 대충 때우고 우울한 기분에 빠져있었다. 어쩌면 눈앞의 현실에 치여서 내가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내가 요리하거나 직접 사 먹어야 하니까 귀찮은 마음과 서러운 마음이 생겼고, 그러한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잘 먹겠다고 수없이 결심을 했지만, 그럴 때면 좋은 음식 먹겠다면서 냉동식품은 사지 않고 결국 쌀 과자 한 봉지 들고 마트를 나서기도 했다.

아기들은 배가 고프면 세상을 잃은 듯이 울다가 입에 먹을 것이 들어가자마자 온 세상을 가진 것처럼 웃는다. 나는 왜 먹을 것이 내게 중요하지 않다고 세뇌하고 있었던 걸까?

일을 시작하고 점점 건강을 잃어가는 내 모습을 보며 이제는 정말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마음을 먹고 마트에서 냉동식품 말고 감자와 애호박, 두부를 사서 3개월 만에 처음 요리를 했다. 오랜만에 된장국을 끓이니 감을 잃었는지 맛은 좀 별로였지만, 나를 챙겨주는 내 모습이 너무 기특했다. 밥 먹는 시간이 빨리 끝내버려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의 필요를 살피고 채워주는,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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