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당신은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나요?

by 이수진




“크리스마스 선물로 운동화 한 켤레 사줘야겠다.”하고 말하는 아빠의 말에 문득 ‘나는 과연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 옷장에는 항상 옷이 넘쳐났지만, 신발장은 잘 채워지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내가 신발에 큰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파마한 뒤에 아침마다 열심히 드라이기로 컬을 살리려 노력하지만, 뿌리 염색은 6개월 동안 하지 않았을 때도 있었다. 그저 미용실에 가기 귀찮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나는 내 시선이 닿는 곳만 관리해왔던 것 같다. 맘에 들지 않는 옷을 입거나 머리 스타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은 날에는 하루 종일 신경 쓰였지만, 낡은 신발을 신고 갈색머리 위로 검은색 머리카락이 올라오는 것은 아무렇지 않았다. 똑같이 나를 구성하는 것들이었지만 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에는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항상 누군가의 관심을 바랐고 차별받기 싫어했지만, 정작 나는 내 몸조차 공평하게 대하고 있지 않았다.

첫 월급 받고 나를 위한 선물로 신발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10개월을 미루다가 드디어 신발을 사러 갔다. 매장에서 흰색 새 운동화를 신어보는데 옆에 있는 나의 때탄 운동화가 너무 꼬질꼬질해 보였다. 분명히 신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면 아직 괜찮지 않나?’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그동안 신고 다녔던 신발에는 여기저기 구멍도 나있었고 생각보다 많이 닳아있었다. 나에게 무심했던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오랜만에 새로 산 신발을 신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기분이 좋아졌고 ‘여러분 저 새 신발 샀어요!’ 하고 외치며 자랑하고 싶었다. 이미 많은 옷을 샀을 때는 몇 번 입고 안 입을 때가 많았는데 진짜 필요했던 신발을 사니 신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내 눈에 잘 안 띄는 것, 남의 눈에 잘 안 띄는 것까지도 챙기다 보면 나의 마음이 가득 채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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