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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비 Nov 06. 2024

우리동네 흔한 암환자 이야기 11

나는 건강하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벌써 표준치료후 2년이 다 되어가다니...

몸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말초신경병증으로 인해 발바닥이 아파서 운동화만 심었던 나는 이제 구두를 신을 수 있을정도로

발바닥 신경도 많이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전 CT와 뼈스캔 찍은 후에 결과도

이상없음이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담낭 확인을 위해 찾은 일반 내과병원에서 복부초음파를 진행했다. 요건 아직 암센터에서 추적관찰하며 확인해야 할테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급한건 없다(담낭에 만성염증으로 인해 떼어내야 하나 고민중)


국가 검진이 가능한지 내과에 문의했더니

대빵 간호사로 보이는 이가 검진으로 내게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만40세가 되어서 자기부담금 10프로 내고 위내시경을 해야 하는데 대장내시경도하고 기타 검진도 하라고...

그러면 가격이 얼마얼마라고 설명했다

다른 암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장 검진을 해보려고 했는데 영업당한김에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다 예약해달라고 하자

갑자기 챠트에서 무엇을 발견한건지...

"브레스트는 어느쪽이에요?"

"네에???""

"브레스트 말야 약은 페마라 먹어요?"

"아? 네.... 버제니오도 먹구요 이건 항암젠데 ..."

" 몇긴데???전이 됏어요?"

"네? 2긴데요..."


암환자를 처음 본건지 왜자꾸 무례한 질문을 쏟아내는 건지 황당하고 어의가 없었다.

그리고 "전이 됏어요?"

이게 암환자에게 할 소리인건가?

갑자기 동물원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꾹꾹 참고 돌아왔는데


그 다음주 검사당일 또 그 간호사에게

검진체크리스트 확인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항암은 몇번했어요?"

"8번이요."

"왜이렇게 많이 했지? 그럼 2기가 아니네~"

"2기 맞는데요??"

내가 왜 알지도 못하는 그사람에게

내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는건지

내자신도 어의가 없었다. 갑자기 덫에 걸려

술술 말하고 있는 내모습에 더 기가 막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건강 검진에서 이번에 채혈과 라인 잡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오른쪽 채혈밖에 되지 않는 내팔에

라인을 잡으려 하더니

"**님은 경력 많은 베테랑 님에게 부탁드릴께요"

그리고는 또 그 무례한 간호사를

데리고 오는게 아닌가

이번에는 내팔을 보면서 쯔쯧하더니...

하도 채혈을 해서 굳은살이 있다면서

굳은살 부분에 할수 밖에 없다면서....

안타까워 하며 채혈을 시작했다


병원에서의 암환자는

너무나 안쓰러운 존재였고

또 너무 불쌍한 존재였다.

암센터에서 치료 받았을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차올랐다.

내가 그렇게 불쌍한 사람인건가??

현타가 왔다.

암환자도 .... 죽지 않고 .... 건강하게... 살아서...

더 행복하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수 있다구요

나를 안쓰러워하지 마세요....

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냥 그들이 보내는 안쓰러운 눈빛과

토닥임이 ...

내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정체성!

"너는 암환자야 잊지마!!!"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암환자인 나는 검사결과 다행스럽게도

대장 위 모두 별 이상이 없었고 갑상선도

이상이 없었다. 만약 무엇이 하나가 더 추가 된다면

그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봤을지 ...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아프다고 해서...모두가..

불쌍하지 않다...

암환자가 되었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수 없는게 아니다

암환자 이전에

나는 나이니까...

암이 나를 모두 집어삼킬수는 없다..

암환자에게 너무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봐주기 보다는...

그냥... 그사람으로...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길...

나는 보통의 사람이라는걸...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나 아직 건강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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