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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비 Dec 01. 2024

우리동네 흔한 암환자 이야기 12

손가락 통증에 대해서

요즘 또다시 손가락이 굳는다...

8차 항암이 모두 끝나고 수술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무렵에... 호르몬제(페마라)를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였던 것 같다.

처음에 손가락 관절이 굳기 시작했을 때

그 당혹감이란...

투병당시 언니가 3월에 생일을 맞은 나에게

출근하며 립스틱을 손에 쥐어 주었던 그때...

악을 외치며~~~소리를 질러 언니를 당황케 했었더랬다...

그리고 손가락의 힘이 예전같지 않아졌다.

이런 고통이 처음에는 너무나 힘들고 두렵게 느껴졌지만 정말 신기한건 이상태로

내몸이 적응을 해버린다는 사실이다...

그냥 원래 내손가락 관절은 그런것 처럼 말이다.

직장에서 캔을 따는일(커피 음료를 먹거나 할때)

이 생길때 어김없이 동료에게

부탁을 하거나 세밀하게 손가락의 소근육을 이용해야 할때 어려움을 느낀다

웃으며 항암후 손가락 관절과 신경이 이상해졌다고  도움을 청하는 일이 당연한듯 편안해지고

시간이 흐르니.... 이고통도 다 적응하고

원래그랬던 것 처럼 아무렇지 않아졌다.

처음 체감 고통이 10이었다면

지금은 1로 느끼는게 신기할정도다

우리몸은 다 이렇게 적응을 한다....

오래만에 뻗뻗해진 손가락을 마주하며

겨울이 되니 ...또다시 손가락 관절이

고장난 로보트 같다...

그래도 이렇게 아픈만큼 암이 다시 찾아오지 않아만 준다면야.. 손가락 정도의 고통은 감사할 따름이다... 이게 정확히 호르몬제의 부작용인지 항암 부작용인지 알수 없지만...

이또한 모두 지나갈꺼라고...생각한다...

힘내자.... 요새 우울하고 화가 많아진

나랑 마주할때가 있다. 예전보다 감정이 무뎌진

내자신을 보며 큰일이 지나가고 나서..

손가락도 내자신도 로봇같아 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무단히 방어기제가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치료전 감정에 휘둘리고 여리디 여린 소녀가

아닌 인생 N년차에 다 산 사람처럼

허무 주의에 빠져 있는 내자신을 마주한다.

투병이 끝난 후 나의 여정이..

꽃길이 되길.. 손가락을 핑계로

암을 핑계로 따뜻했던 마음이...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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