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김기민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와 김윤식 작가의 신작 시리즈. 현실 세계 절친인 이들은 2019년부터 매년 포트레이트(portrait) 사진 연작을 내놓고 있다. 김기민 무용수라는 피사체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김윤식 작가의 카메라는 때론 세심히, 때론 대담히 포착한다.
2024년 신작은 마침 김기민 무용수가 유재석 씨의 인기 교양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직후 공개됐다. 발레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김윤식 작가가 촬영한 김기민 무용수의 사진은 감동을 물결을 주지 않을까. 아름다움이란, 우주 보편적인 것이니까.
김윤식 작가의 2024년 김기민 무용수. 작가와의 협의를 거쳐 게재합니다. 무단전재 및 도용 말아주세요. 저작권 윤식스포토
무용은 찰나다. 순간에 표현되고, 순간에 사라지는 그 움직임을 영원으로 치환하는 것이 사진이다. 찰나를 영원으로 박제하는 것. 아름다움을 훈련해 몸에 각인해서 보여주는 것을 천직으로 삼은 발레 무용수에게 있어서 사진의 무게는 한결 다를 터.
김기민 무용수에게 김윤식 작가는 여느 작가와는 또 다를 터다. 막역한 친구여서가 아니라, 윤식 작가 역시 전직 무용수이기 때문. 그는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출신으로, 형인 김경식 작가와 함께 형제 발레리노로도 유명했다. 그런 그가 윤식스(YOON6PHOTO)라는 발레 전문 사진작가의 길을 걸은 스토리는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2022년 했던 인터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8662?utm_source=app_link&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outlink_view_in_app_android
발레라는 아름다움은 직접 해보면 더 절절히 다가온다. 어려운 것을 쉽게 표현해 내야 하는 힘듦, 아파도 지어야 하는 미소, 부상이 두렵지만 깃털처럼 바닥을 차고 날아오르는 결기 등등. 그 모든 것을 함께 했던 동료가 사진작가가 되었고, 마침 절친이다. 그에 대한 무한 신뢰로 그의 카메라 앞에 설 것은 당연.
김기민 무용수가 '유퀴즈'에서 언급하고 보여준 형 김기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와의 사진 역시, 김윤식 작가의 작품이다. 형인 김기완 무용수가 바닥에 누운 채 동생인 김기민 무용수를 받쳐 올려주는 사진. 이를 두고 김기민 무용수는 "언젠가 제가 형을 받쳐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라고 했다.
다시, 올해 신작 이야기. 먼저 아래 사진을 보자. 김윤식 작가가 본인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올린 사진이다. 사진을 보다, 문득 궁금했다. 올해의 사진은 어떤 컨셉일까. 김 작가와 김기민무용수 사이의 이야기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물었다. 주말 촬영이 더 바쁜 김윤식 작가는 짬을 내어 아래와 같은 주옥같은 답을 보내왔다.
김윤식 작가의 2024년 김기민 무용수. 작가와의 협의를 거쳐 게재합니다. 무단전재 및 도용 말아주세요. 저작권 윤식스포토
김윤식 작가의 2024년 김기민 무용수. 작가와의 협의를 거쳐 게재합니다. 무단전재 및 도용 말아주세요. 저작권 윤식스포토
사진 및 아래 인터뷰 내용을 무단 전재 및 도용을 하면 삼대에 걸쳐 화를 면치 못할 것이요, 취미발레인이라면 피루엣하다 넘어져 발목이 부러질 것임을 미리 경고함.
A: "김기민 무용수를 촬영하면서 항상 느끼는 점은 명확합니다. "자유롭다"라는 것이지요. 처음 촬영은 2019년도 (오스트리아) 빈이었어요. 그 후 매년 촬영을 해오고 있는데요, 초반 작업을 할 때 저는 기민 씨의 에너지가 넘치는 폭발력과 섬세함을 사진에 다 넣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요, 자유로움이 더 묻어나더라고요. 초반에 기민 씨가 보여주는 에너지에 집중했다면, 매번 촬영을 거듭하면서 기민 씨가 갖고 있는 깊이 있는 자유로움을 보게 되었달까요. 촬영하면서 가이드를 줄 때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어떤 단어나 느낌을 던지는 거죠. 그런데 기민 씨는 그걸 넘어선 것을 표현해 내요. 그게 기민 씨의 예술성이겠지요. 저도 그래서 많은 영감을 받아 촬영을 해오고 있습니다."
저작권 윤식스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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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2024년 작업의 컨셉은 어떻게 잡으셨어요?
A: "이번 작업의 타이틀은 '파도'로 잡았어요. 파도엔 잔잔한 물결도 있고 거대한 움직임도 있잖아요? 기민 씨의 섬세한 마음과 같은 잔잔함, 에너지 넘치는 파도 같은 면 모두가 '김기민'이라는 이름에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기민이라는 무용수가 유영하듯 춤을 추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싶었죠."
Q: 중의적인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A: "네, 기민 씨가 발레계에 일으킨 영향력을 생각하며 작업한 것도 있습니다. 분명 누구나처럼 기민 씨도 처음엔 작고 보이지 않는 물살이었을 때가 있었지만, 이제 거대한 파도가 되어 주변에 엄청난 좋은 영향을 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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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피사체로서의 기민 무용수, 친구로서의 김기민 씨는 어떨까요?
A: "저에겐 아직도, 정말 아직도 배울 게 많은 사람이에요. 기민 씨가 무대를 대하는 태도는 감히 말을 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누구보다 무대를 사랑하지요. 동시에 굉장히 겸손한 사람입니다. 본인이 갖고 있는 (마린스키 발레단 첫 아시아인 수석 무용수라는) 타이틀에도 충실하지만, 또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깊은 사람입니다. 피사체로 기민 씨를 대할 땐 저도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 사람이 표현하는 움직임을 더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요. 저도 작업 방식이 조금씩 변화해 가고, 기민 씨도 더 다양한 춤을 추게 되니 앞으로의 작업들도 벌써 기대가 됩니다."
김기민 무용수와 김윤식 작가의 2025년, 2050년, 2070년 작업도 기대된다. 두 예술가들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