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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jiney Jul 07. 2024

김기민과 전민철, 마린스키의 새 K발레 역사

Sujiney의 발레로운 매거진 21회  

발레 팬이라면 2024년 상반기를 잊을 수 없을 터다. 적어도 나는 잊지 않을 작정이다. 세계 최고 발레단 마린스키(Mariinsky)의 간판 수석무용수, 자랑스러운 한국인 김기민 수석 무용수가 5월, 고국에서 '발레 슈프림(Ballet Supreme)' 공연을 선보이며 잊을 수 없는 시간의 서막을 열었다.



그리고 6월, 대한민국 발레축제라는 플랫폼을 통해 전민철 발레 무용수가 혜성처럼 국내 팬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리고 7월, 모두가 기다렸던 소식이 전해졌으니, 전민철 무용수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선배인 김기민 무용수의 뒤를 이어 마린스키에 입단했다는 소식.

발레 슈프림 백스테이지에서 유독 겸손한 모습으로 있었던 분. 민철 학생의 어머니다. 계속 서계시기에 "여기 앉으세요"라고 의자를 권했는데도 "아니에요,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서요"라고 했던 분. 알고 보니, 민철 학생의 어머니셨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내게 계속 말씀하셨다. "김기민 수석께 정말 감사해요"라고.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인연인가.



발레 슈프림의 성료 후, 모 뒤풀이 장소에서 김기민 무용수의 뒷모습을 보며 직감했다. 김기민이라는 무용수는, 이제 무용수를 넘어섰다. 그가 '발레 아버지'라고 꼽는 블라디미르 김 선생님이 마린스키 발레단의 유튜브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요즘의 기민을 보면, 대가의 반열에 들기 시작한 것 같아요."

솔직히, 발레 팬인 내가 이 발언의 깊이를 가늠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가늠할 수 있는 건 있다.

기민 무용수가 후배들을 위해 얼마나 애써왔는지.




물론, 그는 부인한다. 이번에 민철 학생의 마린스키 입단을 두고도, 기민 무용수는 이런 답을 보내왔다.

"민철은 너무나도 재능이 많은 무용수예요. 마린스키 입단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축하해요, 저도 자랑스럽습니다. 지금까지는 마린스키에서 한국인 혼자로 활동을 해왔는데요, 이젠 또 한 명의 한국인 무용수와 함께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습니다. 더욱더 행복한 발레단 생활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민철이와 한예종 학교에 큰 축하의 박수를 다시 한번 보냅니다."

이 답변 자체가, 김기민의 훌륭함이다.

기민 무용수는 덧붙였다.

"앞으로, 민철이 이후에도 한국인 무용수들이 많이 마린스키에 입단하기를 바랍니다."


By 김윤식 작가님


영어 표현 중에 trailblazer라는 말이 있다. 길(trail)이 없었는데, 그 자리를 파고들어(blazer) 길을 낸 사람을 의미한다. 김기민은 트레일블레이저다. 마린스키는 김기민 이전에 한국을 몰랐다. 김기민 이후 한국을 알게 된 마린스키.

여러 이슈들이 있지만 마린스키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발레단이다. 발레가 매달 수십 차례 공연되고, 다양한 무대가 넘치는 곳. 발레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아도, "오늘 저녁 발레 어때?"라고 말할 수 있는 곳(물론 대개 표는 다 매진이다).

그곳에 없던 길을 낸 김기민 무용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 만들어진 길에 한 걸음을 성큼 내디딘 전민철 무용수에게도 박수를.
김기민 전민철 그 후에도 계속 한국 발레 무용수들이 문을 두드리고, 길을 다지고, 스토리를 만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응원한다.

감사합니다, 김기민 무용수님.
응원합니다, 전민철 무용수님.

By Suji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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